한국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승용차 과잉 검색 사건의 여파로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친 기독교적 성향에 마음이 편치 않던 불교계가 이 사건을 계기로 이제까지 눌러왔던 분노를 일시에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관 스님의 위상은 가톨릭 교회의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그 어떠한 국내의 종교 지도자들에도 못지않은 위치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분임을 확인한 후에도 검문을 강행한 경찰의 무례와 몰상식에 대해서는 변명할 길이 없다. 그것도 경찰의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경위가 그러한 행동을 했으니 한국 경찰의 자질에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뒤 이어 정부기관의 설문지에 스님을 ‘중’이라고 낮추어 표현한 것이 드러나고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전 연락도 없이 무작정 회의 중인 지관 스님을 찾아가 사과를 하겠다고 떼를 쓰는 등 불교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되풀이되자 불교계는 계속 어 청장의 파면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모두들 한 걸음 물러서서 이 사건을 좀 다른 시각에서 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사건을 거두절미해 투박하게 보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여러 파워(세력, 능력, 권력 등을 다 포함하는 이 영어 단어에 적합한 한국말이 따로 없다)들 중 둘 사이의 싸움이다. 세속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의 파워와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영적인 세계에 권력을 가지고 행사하는 종교의 파워 간의 갈등이다.
이 두 가지의 파워가 한 집단 또는 한 개인에게 통합되거나 서로 영향을 미칠 때 인류 역사는 참혹한 피해를 당해 왔기에 대부분의 현대국가에서는 종교와 국가를 엄격하게 분리하고자 노력한다.
문제는 모든 인간사가 그렇듯이 실제 현실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칼로 베듯 자를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언제나 실제로 칼자루를 잡고 있는 국가권력의 몫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처음부터 종교와 국가의 분리의 원칙을 잊고 지나치게 친 기독교적인 성향을 보여 온 이명박 대통령이 희미한 ‘유감’표명 정도가 아니라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어청수 청장은 문전 난입하듯이 사과를 하겠다고 떼를 쓸 것이 아니라, 누가 말했듯이 겸허하게 불전에 108배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지관 스님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이 나란히 새만금으로부터 서울까지 삼보 일배를 했고 그보다 열 배가 더 힘들다는 오체투지를 지리산으로부터 계룡산까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어 청장이 불전에 108배를 못할 이유가 없다. 사찰에서는 참회의 의미로 불전에서 108배를 하겠다는 사람을 내쫓을 이유가 없고 뒤이어 지관 스님께 용서를 구하는 경찰청장을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한편 불교계에서는 경찰청장 파면 요구를 접어야 한다. 그것은 종교인으로서의 영역을 벗어나 세속계의 권력행사에 참여를 하는 것이고 종교와 국가의 분리 원칙에 크게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청장을 파면하는 것은 임명권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 불교계에서 강요할 일은 아니다.
내친 김에 말을 보탠다면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의 파워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과연 그러한 파워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종교의 원천적인 사명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스님들과 목사님, 신부님들은 조용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팔정도를 지키며 스스로 몸을 굽혀 일체의 욕심을 버리라고 한 석가모니의 말씀이나 가난한 자가 복이 있으며 믿기 때문에 핍박을 받게 되면 그것을 즐거워 하라고 한 예수의 말씀은 현실의 종교들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권위나 파워로부터는 참으로 먼 거리에 있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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