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높은 별이 저의 희망이고/ 그림의 떡이다/ 그 별빛은 제 마음에 꽂힌다/ 잡고 싶지만 잡을 수 없어/ 파악하고 싶지만 이해하지 못해/ 사랑을 느끼고 고통도 느낀다/ 상상을 초월한다/ 제가 슬플 때 별을 보니까/ 그 별빛은 눈물이 어머니의 볼에 흘러내리는 것처럼 생겼고/ 제가 행복할 때 별을 구경하니까/ 그 별빛은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 밤에 그 아름다운 별을 기다리다/ 그 별이 나오다가 어머니의 말을 발표합니다/ 어머니는 별로/ “너 사랑하고 제 아이를 천국에서 매일 자랑한다”라고 표현하십니다/ 그 별빛은 제 마음에 어머니의 미소처럼 꽂힌다.>
길지 않은 한편의 시다.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순수한 시적 감수성에 영롱하게 맺혔다. 다소 어색해 보이는 단어와 표현이 섞여 있지만 그런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다. 초등학생이 썼다면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터치를 할 수 있을까”하고 혀를 내두를 만하다. 중학생이 만든 시라면 “잘 다듬으면 시께나 쓰겠군” 하는 반응을 얻을 만하다. 고등학생 작품이라면 “가슴 속 어머니 사랑이 이토록 깊다니…” 할 것이다.
이 시의 제목은 ‘희망의 별’이다. 한국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쓴 시가 아니다. 국방 외국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미군 학생이 창작해 낸 것이다. 1년 반의 집중코스를 마치기에 앞서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희망의 별’을 썼다.
시의 단어 하나하나는 대단치 않다. 하지만 단어를 엮어 구절을 만든 솜씨는 초보 시인의 재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한국어의 ‘한’자도 모르던 학생이 비교적 단기간에 한국어로 시를 썼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뿌듯함을 느꼈다. 시에 담긴 내적 갈등의 폭과 고뇌의 깊이에 찌릿해졌다. 2002년 월드컵 대회를 통해 ‘진주’ 박지성 선수를 캐낸 히딩크 감독이 떠올랐다.
말하기 좋아하고 어릴 적부터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한 미국 학생들이지만 한국어에는 주눅이 들기 십상이다. 한 학생은 괜찮은 실력인데도 “내가 과연 한국 사람들과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며 신이 났다.
이 학생은 얼마 전 캠퍼스 인근의 전자제품 체인점인 베스트 바이에 갔다. 한 중년 한인 여성이 점원과 무언가 얘기를 한참 하고 있었다. 중년 여성은 카메라를 사기 위해 점원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점원이 이 여성의 영어를 잘 못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이 여성이 점원의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대화가 겉돌고 있었다.
이 학생은 듣다못해 끼어들었다. 혹시 한국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말로 여성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점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학생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해결사’의 지위에 올라갔다는 점이 학생의 기분을 돋웠다.
답답해하던 한인 여성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기뻐했다. 문제는 가볍게 풀렸다. 한인 여성은 짧은 영어로 인한 안타까움을 해소했고 점원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아서 좋았다. 학생은 민간외교를 성사시킨 양 뿌듯해 했다. “나도 얼마든지 현장에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베스트바이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자신감뿐 아니라 가시적인 덕도 보았다. 이 학생은 며칠 뒤 아내와 친구와 함께 인근 한식당에 갔는데 거기서 이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이 바로 식당 주인이었다.
주인은 그들 일행을 반갑게 맞았고 당연히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했다. 감사의 표시로 보너스도 주었다. 맥주를 작은 병으로 주문했지만 큰 병으로 내오고 파전도 무료로 선사했다. ‘한국어 해결사’ 역할을 한 덕이었다. 이 학생은 아내로부터 날아온 존경의 눈길도 즐길 수 있었다. 평소 한국어 공부에 열을 쏟았던 이 학생에겐 두고두고 되새길 흥겨운 만찬이었다.
박봉현
미 국방외국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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