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네모꼴 문화다. 풍수설에 뿌리를 둔 좌우대칭 조화의 문화다. 북경의 자금성은 네모꼴의 가장 빼어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정문인 영정문 선상에 정전(正殿)인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이 금실에 꿴 진주알처럼 일렬로 박혀있다. 그 축을 따라 좌우대칭 방형(方形) 구조로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그리고 모든 궁 이름에 화(和)자를 돌림으로 새겼다.
이번 북경 올림픽 개막 때도 조화를 중시하는 중화문화의 진수를 드러내려 안간힘을 썼다. 종이와 활자 등, 중국의 역사적 발명품들을 역동적으로 연출하면서 그들은 수천 개 작은 네모로 엮은 큰 네모꼴 위에 화(和)자를 또렷이 새겼었다.
“네모꼴 문화는 유교적 질서와 위계, 원칙과 조화를 상징하지요. 권위적이고 체면중시의 비합리적인 면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허나 아이러니컬한 것은 중국 문화 속엔 개인 취향과 실리추구의 도교적 생각이 함께 녹아있다는 점이지요. 실제 중국인들은 처음엔 의리와 조화 등의 명분을 찾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민족입니다. 겉과 속이 다를 때가 많지요. 몇 년 전 중국 여행 때 전문가에게서 들었던 얘기다.
중국이 불과 30여 년 만에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룬 것도 이런 이중적 문화의 시각으로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공산치하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무려 5,000만 명이 굶어죽었던 게 불과 한 세대 전이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이후, 실리추구 정책으로 급선회한 뒤론 매년 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젠 세계의 공장이 됐다.
중국은 석탄, 철강, 시멘트와 주요금속 생산이 세계 1위다. 지구상의 소비품, 예컨데 모든 단추의 60%, 카메라와 나무가구의 반을 만들어낸다. 2015년이면 자동차도 최대생산국이 된다. 벌써 1억에 달하는 중산층이 2020년엔 7억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공장이 되면서 최대 자원 소비국이 됐다. 석탄소비는 미국, 러시아, 인도의 사용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철강과 콘크리트는 세계소비의 절반에 달하고 향후 10년간 세계의 모든 새 건축물의 50%는 중국에 세워진다. 지구의 원광, 원목, 원자재, 심지어 고철까지도 한꺼번에 삼켜버리는 공룡이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급성장 하면서 공해방지에 신경을 쓸 여유나 도덕성을 갖지 못했다. 개발과 환경보호의 조화를 중시하는 유교적 원칙주의는 겉치레고 실리에만 매달린 탓이다. 그 결과 중국은 공해대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원래 공산치하 때도 국토훼손이 심했지만 근대화이후 전 국토의 1/4이 사막으로 변했다. 숲도 75%가 사라졌다. 석탄사용으로 생긴 극심한 산성비와 지하수 고갈, 무분별한 토지개발로 인한 흙의 유실 때문이다.
세계 20대 공해 도시 중 16개가 중국에 있다. 연 40만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죽고, 중국민의 절반인 7억 인구가 오염된 물을 마신다. 강의 4/5가 물고기가 살수 없을 정도고 지구 쓰레기의 1/3이 중국산이다. 이산화탄소도 벌써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메마른 중국 북부는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남부는 홍수범람이 잦다. 히말라야 빙하도 2035년이면 다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중국은 공해문제가 나올 때마다 미국에 책임을 떠민다. 중국은 아직도 미국방출 온실가스 량의 1/3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다. 사실 중국 공해는 미국에게도 책임이 있다. 중국이 흉내 낸 게 미국 경제발전 모델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제야 환경보전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경제개발을 적극 채택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 대중교통 확장, 자원 절약운동 등 친환경 정책이 그것이다. 사실 도교의 참뜻도 무위자연- 가식 없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 - 아닌가? 중국이 공해대국의 오명을 씻기 위해선 체면치레의 조화론을 벗어 던지고 앞으로 따라야할 새 모델인 것 같다.
김희봉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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