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칼럼
한명철 목사(은혜와 평강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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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배우는 존재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운다. 삶이란 배우고 그 배운 바를 실천하여 몸에 익혀가는 과정이다. 학습은 본능이다. 마치 거미가 죽을 때까지 제 몸에서 스스로 실을 뽑아내듯 인간은 학습하고 또 학습하고 다시 학습한다. 인간은 배움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의미 짓고 세상을 경험한다. 배움으로 눈을 뜨고 익힘의 과정을 통해 살아간다. 익힘(習)이란 한자는 두 개의 날개가 날갯짓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익힌다는 것은 새가 공중을 날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고 또 다시 푸드덕거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가 공중을 날아야 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다. 날기 위해 쉼 없이 날갯짓을 하는 것은 운명에 순응함이다. 새는 자유로운 비행을 위해 날갯짓을 배우고 익힌다.
하늘의 왕자로 일컬어지는 독수리도 태어나면서 바로 창공을 날지 않는다. 새끼 독수리는 어미의 날개에 업혀 높은 하늘에서 지상으로 몇 백번이고 곤두박질을 해야 한다. 암벽에 부딪혀 몸이 산산조각이 나기 직전에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받아 다시 안전한 곳으로 날아오른다. 독수리는 제 새끼가 땅 위를 아장아장 걷기를 원치 않는다. 양쪽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면서 걸음마도 배우기 전에 어미의 날갯짓을 익히기까지 반복에 반복을 계속한다. 홀로 날 수 있기를 기다리면서 위험한 낙하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의 숱한 낙하는 단 한번의 비상을 위해서다. 한번 날면 계속 날 수 있다. 낭떠러지로부터의 떨어짐을 이겨야 창공으로의 끝없는 비상이 가능하다. 학습하면서 기다린 보람이 새끼 독수리를 맹독수리로 만든다.
헬라 신화의 이카루스(Icarus)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밀랍날개를 가지고 높이 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날개 때문에 에게 해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는 시간을 갖고 보다 안전한 날개가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를 하늘로 이끌어준 바로 그 날개가 죽음의 바다로 이끈 재앙이 되었다. 과정을 생략하면 재빠른 성공이 곧 패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학습이란 일종의 기다리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알맞은 때에 자신을 맞추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천사가 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다. 무게를 극복하는 것이 비상의 비결이다.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예수님은 스스로를 가볍게 여겼기에 승천하실 수 있었다. 우리가 학습을 통해 삶의 모든 중압감을 극복하고 자신까지 내던지는 무아(無我)의 가벼움을 이룬다면 언젠가 우리도 천사처럼 날 수 있을 것이다.
배우면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은 밝다. 맑은 하늘에서 숨은 구름을 보고 비 오는 날에도 태양을 본다. 모든 것이 확실치 않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도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 인간의 몸은 매우 신비롭다. 몸은 본능적으로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을 한다. 어떤 변화에든 인간의 몸이 제대로 적응하려면 적어도 21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물며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경우에 그 기다림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습은 그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게 만든다. 배우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배우는 사람이 창의적인 삶을 산다. 성공의 정상에서도 배우고 실패의 계곡에서도 배운다. 학습이 있는 기다림은 우리에게 거듭된 성공과 방지된 실패로 보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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