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육상 200m 2번 레인에 선 흑인소녀가 눈길을 끌었다. 푹 들어간 볼과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깡마른 몸매, 거기에다 헐렁한 반팔 티셔츠까지 모든 게 부자연스러웠다.
총성이 울리자 초반부터 뒤처진 소녀는 선두가 결승선을 통과해 땀을 훔치고 짐을 챙긴 뒤에야 힘겹게 골인했다.
올림픽 메인스테디엄 궈자티위창을 가득 메운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로 꼴찌를 격려했다.
19일 여자육상 200m에 출전한 사미아 유수프 오마르(17ㆍ사진ㆍ소말리아)는 예선 5조에서 1위에 9초 이상 뒤진 32초16의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46명 중 최하위. 30초대 기록은 오마르가 유일했다.
끈질긴 핍박을 이겨내고 마친 올림픽이었기에 오마르에겐 금메달만큼 값진 꼴찌였다.
오마르는 육상선수였던 어머니의 대를 이어 달리기에 취미를 붙였다. 그러나 17년에 걸친 내전으로 황폐화된 소말리아에선 변변한 트랙 하나 찾기도 힘들었다. 또 이슬람 민병대들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홀어머니와 판잣집에 사는 오마르는 민병대가 집 앞에 쳐놓은 바리케이드마저 뚫고 달리고 또 달렸다. 결국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된 오마르는 “어머니의 끊임없는 격려가 주위의 조롱을 이겨내게 했다”고 말했다. 오마르는 “올림픽이라는 어마어마한 대회에서 조국을 대표할 수 있어 행복할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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