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양궁 무패행진 좌절 원인
“질 수도 있지…”
문형철 감독은 24년만에 양궁의 최고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고개를 떨군 한국의 여궁사 박성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코치 방으로 돌아온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목 놓아 울었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믿었던 박성현이 1점차로 정상의 자리를 내준 것은 올림픽 양궁 7연패의 부담감과 상식을 잃은 중국 응원단, 비바람의 악천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극심했던 심리적 부담… 박성현은 경기가 끝난 뒤 “여자 양궁의 전통을 잇지 못해 선배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첫 마디를 뗐다. 그만큼 심리적 부담이 컸다는 얘기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인. 단체전 2관왕 박성현은 올림픽 첫 2관왕 2연패 과제는 물론, 한국의 여자 개인전 7연패 위업에 대한 책임감까지 양 어깨에 짊어진 채 결승에 나섰다. 김수녕 해설위원은 “한국 양궁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에 중압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원 매너도 모르는 소음 응원… 여자 양궁팀을 흔들리게 한 건 중국 관중들의 신경 거슬리는 소음 응원이었다. 양궁은 골프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사선에 서면 응원을 멈추는 게 기본 매너다. 하지만 응원의 기본 매너조차 모르는 중국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이 활을 잡을 때마다 고함을 치고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요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관중석 소음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장 쥐안쥐안이 활시위를 당길 때는 소음이 뚝 그쳤음은 물론이다.
■심한 악천후… 베이징의 여름 날씨는 고온에 대륙에서 불어오는 사막 바람의 영향으로 건조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양궁 여자 결승 라운드가 벌어진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는 8강전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쳤다.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은 사대 양쪽으로 관중석 스탠드가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가는 구조여서 사대는 물론 대부분의 관중석에도 지붕이 없어 비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여자 개인전이 열린 14일은 평소 베이징 날씨와는 달리 하루 종일 장대비가 쏟아졌고 기온도 급강하해 서늘한 기운을 느낄 정도였다. 이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는 상대적으로 홈에서 경기를 치른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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