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제 불황은 10년에 한번 꼴로 찾아온다고 한다. 나의 경우 미국생활 45년 동안 피부에 와 닿게 심한 경제 불황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이다.
그 첫 번째는 1980년 전후였다. 70년대 중반부터 미국 역사에서 유래가 없던 집값 상승이 시작 되더니 1980년대에 들어서서는 집값이 몇 배로 뛰고 주 택융자 변동이자율이 18%가 되고 은행들이 문을 닫는 일이 생겼다.
그때 미국의 경기변동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없었던 나는 든든한 직장 덕분에 수입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집을 장만하려고 물색하기 시작해 마음에 드는 새 동네의 새 집을 찾았다. 하지만 집값이 내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게 비싸서 오퍼도 내보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1984년에도 그 집은 팔리지 않고 새집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염치불구하고 우리 능력에 합당한 가격으로 오퍼를 냈다.
오퍼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은행 측이 가격을 좀 더 높이는 대신 고정이자율 14%로 융자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때는 모기지 융자 때 고정이자율은 없고 변동금리가 18%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주택단지 개발회사는 몇 년 전에 망했고, 남은 집들을 차압한 은행이 집들을 팔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 은행은 얼마 후 문을 닫았다.
그때 내가 경제 불황을 이겨낸 비결은 틀림없는 수입원과 무리 없는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생각과 실천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의 2번째 불황 경험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4년이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 경기가 후퇴를 시작하더니 1994년에는 노스리지 대지진이 있었다. 당시에는 남가주의 첫 번째 수입원이던 국방산업이 해체됨에 따라 많은 중상층이 LA지역을 떠나고 인구가 줄어 소비가 많이 줄었던 때였다. 그때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던 부동산이 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건물이 지진으로 파손돼 수입은 없어지고 연방당국(FEMA)의 도움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융자금 페이멘트를 못하게 되고 은행이 차압수속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할 입장이 되었다.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연구해 본 후 우리 부부가 택한 길은 은행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변호사 없이 은행을 찾아가 은행의 손해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우리도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은행 측에 설명했다.
참으로 힘든 설득작업이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으나 은행도 우리가 제시한 방법이 최선의 길임을 인정하고 은행부채를 많이 탕감해주고 우리의 신용이 나빠지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때 경제 불황을 전화의복의 기회로 만든 것은 우리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다시 10여년 만에 세 번째 경제 불황을 겪는다. 몇 년 전부터 집값이 마구 뛰고 은행융자를 너무 쉽게 아무나 얻는 것을 보면서 큰일이 터질 것으로 생각하고 많이 조심하던 차였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불황이 앞으로 적어도 2년은 갈 것이라 한다. 2년이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도 많이 잠잠해지고, 비싼 오일 값을 이겨낼 방안도 나올 것이고, 미국 금융시장도 새로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2번의 경제 불황 을 돌아보면 2년 후가 경제 불황을 벗어나는 시작은 되어도 경제가 정상화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걷기운동을 하느라 동네를 걸으며 보면 대대적으로 수리를 하는 집들을 많이 본다. 경제가 불황이고 집값은 많이 떨어진다는 지금 적어도 반년을 걸려서 대대적인 개축공사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불경기 때는 인건비가 싸고, 공사를 위한 융자 이자도 비교적 낮고, 또 몇 년 후면 집 가치가 오르는 것도 분명하니까 확실한 투자가치가 있을 것이다. 특히 경기 불황 때 몸과 마음을 재충전 시키는 공간을 만든다면 그만큼 좋은 투자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각자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대책을 찾아서 불황을 잘 이겨내야 하겠다.
권대원
KAFT.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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