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수들은 자유분방하다. 올림픽 입장식 때 보면 미국 선수들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해 질서가 없어 보일 정도이다. 한창 식순이 진행되는데도 이를 아랑곳 않고 자기들끼리 사진 찍고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는 모습들을 보인다.
이런 모습들은 다른 국민들에게 무례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소련과 미국과 경기가 벌어지면 한국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소련을 응원했다. 이념적으로 미국이 훨씬 가까운 우방국임에도 미국 선수단이 올림픽 기간 내내 보인 무례한 태도에 한국민들은 불쾌감을 느꼈다. 올림픽 중계 방송사인 미 NBC는 한국문화를 깔보는 보도들을 내보내 이런 반감에 기름을 부었다.
올림픽은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가 만나는 축제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대 문화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보일 경우 축제의 정신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올림픽에서 에티켓이 강조되고 참가선수들을 ‘민간 외교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8일 개막되는 베이징 올림픽에 596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는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전 참가선수들을 대상으로 ‘앰배서더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에티켓 집중교육을 실시했다. 그동안은 올림픽을 앞두고 몇 분 정도 에티켓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간단한 중국어에서부터 중국인들의 문화 소개, 그리고 불편함을 참아 내는 인내 훈련에 이르기까지 이틀 동안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한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미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에 대한 에티켓 교육에 신경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말이 아닌 상황이다. 또 올림픽 때면 꼭 몇몇 선수들이 안하무인식의 행동을 보여 미국의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키곤 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5관왕 후보로 꼽히다가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던 보드 밀러가 대표적이다. 그는 경기 전날까지 폭음하고 난폭한 행동을 하는 등 선수답지 못한 태도로 세계 언론의 빈축을 샀다.
또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자수영의 에이미 반 다이큰이 레이스 직전 경쟁자인 네덜란드 선수 레인에 침을 뱉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꼽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 그러니 미국으로서는 어느 대회보다도 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지켜보게 될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행동거지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에티켓의 기본정신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다. 이것을 잊어버리면 에티켓에 어긋난 태도가 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출신이력, 수입, 재산, 연령과 결혼여부, 건강, 집 주소, 신앙 등 8가지를 물어봐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시켜왔다.
한국처럼 중국 문화 속에서는 개인 신상에 관한 ‘호구조사’성 질문들이 별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지만 서양인들은 이런 질문에 당혹해 하기 일쑤이다. 중국정부의 조치는 동양권과는 다른 서양문화를 존중하라는 뜻이다.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에티켓 훈련을 받고 중국으로 떠난 미국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떤 행동과 처신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8일 새벽 화려하게 펼쳐질 개막식만 봐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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