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통해 한국인들의 밀입국을 주선해 왔던 대규모 조직이 일망타진 된 후 한동안 주춤했던 캐나다 국경을 통한 밀입국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단속이 강화되면 될 수록 범죄수법 또한 진화하기 마련.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밀입국 수법은 백인 남성을 밀입국 여성의 남편으로 가장시키는 방법이다.
한국인 부인을 둔 백인 미국인이 운반책을 맡는다. 이들은 자기 아내 여권사진의 외모와 밀입국 여성의 외모를 비슷하게 만든 후 국경심사대를 통과한다. 대체로 이민국 직원들이 백인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 이들 눈에 동양 여성은 다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밀입국 조직의 운반책으로 뛰는 백인 남성은 수십 명이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성공보수’는 5,00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멕시코 국경이 한국인들의 주요 밀입국 루트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 캐나다와 미국 국경으로 바뀌었다. 중남미 사람들의 미국 밀입국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미·멕시코 국경 경비가 대폭 강화된데 따른 결과이다.
문제는 당국의 국경 경비 강화가 별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밀입국자 체포하는데 드는 비용이 1990년대 초만 해도 1명당 300달러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2,000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간 100만 이상이 국경을 넘다 잡히지만 밀입국에 성공하는 사람들 또한 수십만 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밀입국 단속은 마약 단속과 비슷하다. 마약 거래범들을 잡아들이다 보면 거래되는 마약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고 조직들 간의 다툼은 한층 잔혹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마약문제를 공급사이드가 아닌 수요사이드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화당 정부가 국경 수비를 강화하면서 ‘코요테’라 불리는 멕시코 밀입국 알선조직들의 수수료는 껑충 뛰어 올랐다. 비싼 돈 들여 미국 땅을 밟은 밀입국자들 입장에서는 또 다시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고 미국 땅을 밟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예전에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경제적 성공을 거두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밀입국자 비율이 45%정도 됐지만 현재는 25%에 불과하다. 단속 강화가 불법체류자들을 오히려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나라들 간에 인적인 이동을 초래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끌어 들이는 요소’요 다른 하나는 ‘밀어내는 요소’다. 현재 미국의 끌어 들이는 요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경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밀어 내는 요소는 뚜렷하다. 특히 경제적, 정치적 혼란이 심한 중남미 국가들이 더욱 그렇다. 한국도 정치적 억압이 심했던 시절 많은 이들이 이민을 택했으며 IMF 사태 때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한국인 4명과 중국 국적자 1명이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자세한 사건 경위는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일단은 밀입국 조직들 간의 알력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미 무비자시대를 앞둔 가운데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통한 한국인들의 밀입국은 좋지 않은 전조이다. 특히 한국 경제가 수렁 속에 빠지면 빠질수록 미국에 불법으로 눌러 안고 싶은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미 무비자 시대가 비걱대지 않으려면 한국 쪽의 밀어내는 요소가 미약해야 할 텐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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