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경제 법칙 중 가장 믿을만한 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어떤 물건에 대한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면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가격이 오른다. 반면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면 값은 내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 수요 공급 법칙에 맞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따라서 가격은 더 오르며 더 오른 가격이 가수요를 부르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일반 소비재가 아닌 투자 상품의 경우 흔히 일어난다. 멀리는 17세기 튤립 매니아에서 가까이는 80년대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버블, 그리고 90년대 미국의 하이텍 버블과 지금 부동산 버블 등이 좋은 사례다.
거듭된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싶은 욕망, 남에게 뒤지지 않고 싶은 마음, 군중 심리 등이 가세하면 이상 열기에 빠져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 1년간 세계 기름 값은 2배가 올랐다. 이렇게 된 이유를 놓고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는 계속 느는데 공급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과 부동산과 주식 시장 침체로 갈 곳 없는 돈이 상품 시장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설이 대립해 왔다.
길게 볼 때 수요 증가와 제한된 공급이 유가 상승의 원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1년 사이 기름 값을 2배로 올릴만한 요소냐는 의문이다. 그토록 짧은 기간에 석유 수요가 2배로 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 세계 석유 수요는 미국 등 선진국 소비 감소로 작년이나 올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유가가 이렇게 오른 것은 이와는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1주일 새 국제 유가는 배럴 당 150달러 선에서 22일 127달러로 20여 달러가 폭락했다. 1주일 동안 세계 석유 수요가 대폭 준 것도 아닌데 이런 급락 현상이 벌어진 것은 석유 값을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수요 공급의 원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석유 값은 지난 수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이는 수요 공급의 원리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의 폭등은 ‘석유를 사두면 돈 번다’는 투기 심리가 큰 몫을 했다.
버블이 한창일 때 흔히 나오는 주장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이 투자 상품 가격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80년대 일본 부동산과 주식, 미국 인터넷과 부동산 버블 때 예외 없이 등장한 이 주장이 얼마 전부터 석유 값에 관해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기름이 말라가고 있다는 기사가 잡지 표지를 장식한 것도 최근이다. 모두 버블이 말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석유 값은 앞으로 계속 내릴 것인가.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버블이 터지고 투자 이익에 대한 욕심이 손실에 대한 공포로 바뀔 때 기름 값은 오를 때보다 빠른 속도로 추락할 것이다. 공포는 욕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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