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체력은 20대를 전후해 최고점에 이른다. 구기 종목에서는 30살 넘어서까지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이 적지 않지만 체력적으로 최고점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노련함과 경험을 잘 활용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록경기, 특히 단시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야 하는 경기에서는 30살 넘어서까지 현역 생활을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에 수영부문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박태환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18세의 고교생이다.
이런 일반의 인식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중년의 여자 수영선수가 미국의 중년들 사이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금년 41세의 다라 토레스. 토레스는 지난주 네브라스카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미 국가대표 선발전 50m 자유형 결선에서 24초2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또 자유형 100m에서도 우승,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토레스는 계영과 혼계영에도 나서 메달에 도전한다.
수영선수에게 41세는 환갑·진갑을 다 지난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토레스가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딴 것은 지난 1984년 LA올림픽으로 그때 그녀 나이 16세였다. 토레스가 그동안 수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획득한 메달은 금메달 4개를 포함해 모두 9개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끝으로 수영을 접고 스포츠 해설과 강연 등으로 생활하던 주부 토레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하고 몇 년 전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3년 전 임신한 토레스는 임신 중에도 수영장에서 살았으며 출산 열흘 만에 근력기구를 이용한 운동에 돌입하는 등 초인적인 노력을 쏟았다. 그리고는 이번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자기가 첫 금메달을 땄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어린 선수들과 겨뤄 당당히 출전권을 확보했다.
41세의 토레스의 역영을 지켜 본 미국의 중년들은 놀라움과 부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나도 토레스처럼 될 수 있겠느냐”고 피트니스 전문가들에게 물어 오는 40대들이 많다는 뉴스도 들린다.
전문가들의 대답은 “그렇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이다. 중년에 토레스와 같은 신체적 상태에 이르려면 하루도 거름 없이 2~4시간씩 강도 높은 몸만들기를 해야 하는데 배 나오고 시간 없는 중년들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토레스의 몸 상태처럼 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녀의 정신력과 도전 정신만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토레스는 우승 후 “그동안 엄두내지 못한 채 미뤄왔던 일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많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금 진부하기까지 한 이 표현이 토레스의 입에서 나오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나이에 상관없이 덤빈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이 핑계를 대고 지레 포기할 경우 어쩌면 손에 쥘 수도 있었을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만다는 사실이다. 다음 달 시작하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토레스가 또 다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그래서 올림픽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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