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이다. 내 카페가 있는 이곳은 바다가 가까워서 한여름이면 아침에는 안개가 끼고 주로 오후에 햇빛이 난다. 짙은 안개를 뚫고 멀리서 들려오는 저음의 트럼펫 소리같은 뱃고동 소리는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그윽하게 만들어 준다. 그날그날 나의 기분에 맞는 음악을 깔아놓고 뜨거운 커피한잔을 즐기는 것은 빼놓을수 없는 나의 작은 행복 중의 하나다.
밖에서는 아침마다 유난히 많은 새들이 전기줄에 줄줄이 앉아서 짹짹 지지배배 합창소리가 요란하다. 아마 근처에 나무가 우거진 링컨팍이 있어서 인가보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링컨팍 골프장 18번 홀 주변에는 오래된 소나무 들이 보기좋게 늘어서 있다. 일하다 피곤하면 그소나무 들과 그위로 보이는 푸른하늘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한결 상쾌해 지곤 한다.
몇일 전 모닝커피를 즐기며 그 소나무 들을 보고 있는데 발밑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살펴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병든 비둘기 한 마리가 내 발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털에 윤기가 하나도 없고 한쪽다리 마저 많이 아픈듯 했다. 얼마나 몸이 힘들고 배가 고팠으면 사람에 대한 경계도 놓아 버리고 사람옆에 와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을까. 말 못하는 새라 더욱 측은한 마음이 든다.
카페 안에 비둘기를 둘 수가 없으니 일단은 밖으로 데리고 나와 빵 부스러기를 먹였다. 정신없이 빵 한조각을 다 쪼아 먹는것을 보니 어지간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그 뒤론 아침마다 카페 문을 열면 따라 들어와서 의자밑에 앉아 있는다. 아마도 보살펴 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을 느낀듯하다. 그렇게 며칠 내게서 먹이를 받아 먹더니 좀 생기가 나는듯하다.
그 후 어느날 이 비둘기가 나에게 오려는 중 이었는지 페앞 거리에서 성치않는 한쪽다리로 겨우 뒷뚱 거리고 있는데 길가던 한 행인이 절뚝거리는 비둘기가 자기 앞에 있으니 발로 툭 차고 가버린다. 이 가여운 비둘기는 중심을 잃고 엎어져서 파닥거린다.
인정머리 없고 몰 상식한 사람이다. 말못하는 짐승이라고 저렇게 함부로 해도 되나싶다.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가여워 보이는지.
사람에 치이고 차에도 치여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 싶어 동물 보호 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날 저녁무렵 동물보호국 직원이 나와서 데리고 가면서 하는말이 어린 비둘기인데 너무 많이 아파서 마치 늙은 비둘기처럼 보인다고 한다. 일단은 이 비둘기가 아픈 다리를 치료 받을 수 있으리가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몇일 동안 이지만 보살펴 주는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건강한 모습으로 푸른창공을 힘차게 나는 모습을 보고싶다.
비록 우리 인간과 말은 통하지 않고 모습이 다르다 해도 동물들 역시 귀한 생명체들이 아닌가. 내가 내의지로 태어나지 않았듯이 뭇 생명체 들도 또한 그러 하리라.
이 땅위에 생명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나름데로 모두 건강하게 자유롭게 살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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