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정신문명의 두 원천은 유대-기독교를 상징하는 예루살렘과 이성과 합리주의를 대표하는 아테네다. 이 두 전통은 때로는 서로를 보완하며 때로는 충돌하며 서양의 정신사와 궤를 함께 해왔다. 중세 최대 신학자로 꼽히는 어거스틴은 기독교 전통에 플라톤을, 토마스 아퀴나스는 기독교에 아리스토텔레스를 접목함으로써 아직까지 누구도 능가하지 못하는 사상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로 대표되는 근대 과학 혁명 이후 이 둘 관계는 갈라지기 시작하며 종교와 과학은 지적 동반자가 아니라 적으로 변한다. 다윈의 진화론이후 양자의 조화는 회복 불가능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 미국에서 일고 있는 진화론과 창조론과의 다툼은 그 한 예에 불과하다.
그러나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 둘을 화해시키려는 노력도 계속돼 왔다. 방법만 다를 뿐 똑같이 진리를 추구하는 두 분야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인간은 혼란에 빠지며 사회는 평화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의 한가 테야르 드 샤르댕이다. 예수회 신부로 고고학자인 그는 ‘인간 현상’(The Phenomenon of Man)이란 책에서 진화는 물질에서 시작해 의식을 거쳐 신으로 가는 긴 여정이라고 주장했다. 진화와 신을 같은 맥락에 놓은 그의 주장은 이단으로 찍혀 살아 있는 동안 출간되지도 못했지만 그의 주장은 현대 철학 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재정적으로 두 분야 거리 좁히기에 누구보다 앞장 선 인물의 하나에 존 템플턴이란 사람이 있다. 테네시 출신으로 예일대를 졸업한 후 템플턴 펀드를 설립, 억만장자가 된 투자의 귀재인 그는 돈 버는 데 만족하지 않고 1987년 존 템플턴 펀드를 설립, 종교와 과학의 화해에 힘썼다.
펜실베니아에 본부를 둔 이 재단은 15억 달러 규모로 매년 7,000만 달러를 종교 과학 진흥사업에 쓰고 있다.
또 그가 1972년 ‘종교의 발전’을 목적으로 만든 템플턴상은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솔제니친과 테레사 수녀, 빌리 그레이험 목사가 이 상을 받았다. 나중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영국에 귀화해 템플턴 경이 된 그가 8일 바하마에서 향년 9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일부에서는 전혀 성격이 다른 종교와 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작업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인간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두 분야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은 이 둘 어느 한쪽의 진리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진리를 추구하는 최고의 정신 활동인 종교 과학 간 화해에 헌신하다 간 템플턴 경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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