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빠에게 이럴 수가 있니? 아빠와 엄마는 너희들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너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온갖 나쁜 짓은 다하고 다니다니…” 한 아버지가 마약과 절도혐의로 경찰서에 갇힌 아들을 보면서 울부짖었다.
3년 전 아버지는 한국에서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전 가족이 이민을 왔다. 낯선 이국땅에서 아버지는 이를 악물고 낮에는 세탁소에서 밤에는 야간 경비원으로 일을 했고 또 어머니는 식당에서 밤늦도록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같이 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고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착하고 모범생이던 그 아이는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언어소통이 힘들어 점차 학업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러다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어 마약에 손을 댔고 가게에서 전자제품을 훔쳐 나오다가 잡혔다. 고개 숙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눈만 껌벅일 뿐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떨어뜨린다.
가끔 신문에 보도되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다.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라면 몸 한쪽도 떼어 팔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한국 부모들이다. 하지만 때때로 아이들이 그런 교육열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현대의 경쟁사회는 청소년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은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가장 불안정한 시기이다. 그런 급격한 변화에 비해 감성적인 성숙이 뒤따르지 못하고 여러 가지 나쁜 충동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18세가 저지르는 살인과 절도가 다른 어떤 연령보다 많고 살인사건의 3분의1 이상이 21세 미만의 아이들에 의해 자행된다. 또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가출 청소년이 발생하는데 이는 18세가 되기 전에 8명 중의 한명 꼴이다.
또한 12세에서 17세 사이의 아시안 아메리칸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25%)이 불법 마약을 사용해 본적이 있고 12명 중 1명(8%)이 마리화나를 피어본 적이 있으며 13명 중 1명(7.6%)은 지난 한달 동안 누군가 마약을 팔려고 접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많은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착하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당당함을 보인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자식들과 범죄와 마약 등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그럴 필요를 못 느끼거나 학교에서 교육시킨다가 대부분의 대답이다.
이 글을 읽는 부모들도 자신들의 사춘기에 감정에 많이 휩싸였었고 온갖 이상한 충동을 많이 느껴 보았을 것이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청소년이 어떤 나쁜 짓을 저지를 때 마지막 5초 동안 가장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려고 물건에 손을 대는 바로 그 순간에 죄책감과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때 어머니의 말이라도 무의식중에 떠오르면 그 아이는 그 일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 속에 어떠한 것도 그 아이의 양심을 자극하여 그런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하면 그는 불행한 인생에 첫 발을 딛게 되는 것이다.
다 큰 녀석이 그것도 모르냐고 무조건 아이들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다 큰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아직도 여리고 어쩔 줄 모르는 철없는 영혼이 들어 있다. 다 알겠거니 알아서 하겠지 라는 그 무관심이 시간이 흘러 어쩌면 그 부모의 눈에 눈물로 맺힐 수도 있음을 한 번 더 기억해야 한다.
홍영권(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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