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CNN은 백인의 78%가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부추기고 전 세계적으로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 높다. 특히 부시가 추락시킨 미국의 이미지와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오바마가 회복시킬 것이라 대서특필한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전쟁으로 얼룩진 부시와 공화당에 신물이 나고 이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긴 하나 미국 정치현실을 세밀히 관찰해 보면 그리 낙관적일 수 없다. 산술적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70%가 백인이다. 더욱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층은 압도적으로 백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오바마를 찍을 것인가.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웨스트버지니아 등 백인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힐러리는 오바마를 눌렀다. 그들이 대선에서 힐러리 대신 오바마를 찍을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에 낙관적이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흑인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이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 해도 이것은 흑인 후보에 표를 던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절대 다수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백인들은 아직도 흑인 후보에 선뜻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힐러리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꿈을 안고 돌진한 힐러리로 인해 민주당에서 적절한 인물이 부상할 수 없었다. 오바마는 힐러리가 여성 대통령을 꿈꾼 틈새를 비집고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이다. 만일 존 케리나 알 고어가 다시 출마했다면 대선 게임은 가볍게 민주당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셋째, 그래도 미국은 이라크 전을 종결해야만 한다. 만일 오바마가 정권을 잡을 경우 국가 경제의 근본을 뒤흔들 만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이라크 전에 대한 종결은 흐지부지될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과 이미지는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선거전에서 힐러리가 외교와 경제문제에 치중한 반면 오바마는 복지와 인권문제 등 저소득층 국내문제에 치중하여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이끌어갈 정치적 리더십은 확인될 기회가 없었다.

부시가 초강경 대 테러전으로 국제사회의 불신과 반목을 야기시켰다면 오바마는 외교적 경험 부족이 불안감을 주고 있다. 과연 오바마가 부시가 저질러놓은 정치적 오류들을 바로잡고 리더십을 발휘할 지 선뜻 신뢰감이 들지 못한다.

넷째, 연방의회를 장악하여 공화당과 정책 대결을 유도하는 민주당계가 과연 흑인 수장을 그들의 지도자로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공화당은 100% 공화당 표를 의미하지만 민주당은 100% 민주당 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에 여성이지만 백인이기에 힐러리를 지지한 민주당 표가 대신 오바마를 찍을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그들 중에는 오바마에게 투표하지 않고 차라리 공화당의 매케인을 찍겠다는 수가 상당하다.

어부지리로 매케인이 당선되는 불안한 암운이 민주당의 정권쟁취 기회를 덮고 있다. 공화당의 구태의연한 정치를 쇄신할 수 있는 신선함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하나만으로 미국이 도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1960년대 케네디가 40대의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기적을 오바마에게 기대하기에는 미국이 외교와 국방, 경제문제에서 너무 중대한 시점에 놓여있는 것이다.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