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미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갤런당 1달러대에 불과했던 개솔린 가격이 5년 전에는 슬그머니 2달러대로 진입하더니 이제는 4달러를 넘어 5달러대까지 육박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계속된 신용위기로 진통을 겪었던 미국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계속된 금리인하 정책과 연방정부의 세금환급 등으로 회복 기미를 보일만 하니까 이제는 천정부지 고유가 때문에 각종 물가가 덩달아 오르고 소비심리까지 얼어붙는 직격탄을 맞았다.
가정의 달 5월에 실시한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를 전환점으로 경기회복을 기대했던 한인타운의 업소들도 매상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타운의 요식업소들이 고객들로 북적거려야 할 점심시간에도 한산하고 한 업주는 렌트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매상이 떨어지자 낮에는 업주로 밤에는 직원으로 ‘투잡’을 뛰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직장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웬만한 SUV 차량에 개솔린을 가득 주유하는데 우습게 100달러가 들어가다 보니 다른데 소비할 여유가 없다.
주택 모기지 페이먼트나 렌트, 셀폰, 자동차 보험료, 개스, 식료품 등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쓸 여력이 없으니 경기가 회복되기 힘든 것은 불문가지.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고유가를 못 견디고 이참에 한인타운 인근으로 집을 옮기려고 아예 집을 내놓았다고 한다.
한 직장인은 한국처럼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잘 되어 있으면 당장 승용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유가로 인한 감봉 효과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유가는 이제 미국민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에까지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민들의 전통적인 생활패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카풀과 대중 교통수단의 이용이 늘어나고 자전거 출퇴근까지 등장하면서 출퇴근 러시아워에 병목현상이 빚어졌던 프리웨이가 한산해졌다. 또한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외곽지역의 집값이 더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개솔린 가격이 낮을 때는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고 큰집에서 살겠다는 바이어들로부터 인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고유가로 구매의욕이 떨어져 집값 폭락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조지아주에서는 심지어 속도를 위반하면 벌금에 개솔린 비용까지 추가하는 시 조례안까지 통과됐다. 고유가에 경찰순찰 차량의 연료비 부담이 높아지자 한 시 정부가 개솔린 가격을 벌금에 추가할 정도로 미국이 달라졌다.
특히 CNN.COM은 최근 ‘Fueling America’라는 섹션을 신설해 ▲개솔린 가격과 일반 소비자 ▲로컬과 세계적인 영향 ▲대체연료와 고유가 대책과 관련된 기사를 매일 쏟아내고 있다. 최근 미 주류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또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뉴스는 단연코 고유가이다.
이처럼 서민들은 고유가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미 경제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미 정부는 고유가를 타개할 만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유가 때문에 미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상인들이 아무리 열심히 비즈니스를 운영한다고 해도 여간해서는 순익을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고유가가 언제까지 미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급해진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해외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개솔린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석유생산을 증산해줄 것을 연방의회에 제의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이다.
고유가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고 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정부와 민간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못내 아쉬울 때다.
박흥률 경제특집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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