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우리 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하고 핵가족의 시대로 접어들며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가정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가운데 서있는 것이 아버지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만해도 아버지의 위치는 확고했다. 밖에서 아버지의 헛기침소리만 나도 집안의 아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자세를 고쳤다. 당시 아버지의 위치는 돈을 벌어오든 못 벌어 오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아버지는 어떠한가? 두 친구의 얘기를 소개한다.
자영업을 하는 김씨(50)는 밤11시나 되어서야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집으로 들어선다. 아내는 드라마에 푹 빠져 왔수? 건성으로 한마디 하며 TV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큰애의 방문을 열어보니 MP3로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 채팅에 몰두해서 아버지가 왔는지도 모른다. 머리는 노랗게 염색하고 귀고리까지 한 꼴을 보고 한마디 하고 싶지만 어금니를 씹으며 참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학원에서 돌아오자 아내는 그제서야 일어나며 얘, 고생했다. 배고프지? 뭘 줄까? 하며 반긴다.
불경기로 매상이 점점 내려가 밖에서는 피가 마르고 집에 오면 왕따 당하고… 나는 무엇인가 싶다고 그는 말했다.
성형외과 의사인 이씨(57)는 10년 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과거 그는 수술이 너무 많아 여행이나 휴가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 동료의사가 뇌졸중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모처럼 가족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여행 스케줄을 짜고 저녁 식탁에서 비행기 표를 흔들어 보이며 자랑스레 여행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박수갈채는커녕 찬물을 뒤집어 쓴 충격을 받았다.
여보, 나는 거기 2년 전에 애들하고 다녀왔어하며 아내는 시큰둥한 반응이고, 큰 아들은 가족여행은 재미없으니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가게 티켓을 바꾸어 달란다.
둘째 아들은 그때가 중간고사 기간인데 ‘나를 너무 배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더 기가 찬 것은 모두 “갑자기 아빠가 왜 이러나”하는 표정이었다.
이제 아버지는 철지난 유행가요, 우스개 같은 존재다. 어머니들은 항상 몸과 맘이 아이들 곁에 있어 그들과 가깝지만 아버지들은 밖에서 딴 세상과 싸우느라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진도가 너무 차이가 난다.
아이들은 친구 같은 아버지를 원하는데 아버지는 여전히 수퍼맨이고 싶다. 아버지가 변해야 된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도 변하고, 아이들도 변하고, 아내도 변한다. 권위의 빗장을, 위선의 갑옷을 풀고, 속내를 보여주자.
이제 아버지들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평생 뼈 빠지게 일만하고 안방에서 혼자 가장놀이 하다가 쓸쓸히 죽어가게 될 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정한 스킨십이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같이 손잡고 산책하는 아버지이다. 이것이 이 땅의 아버지들이 살아남는 길이고 가족들에게 이해받고 사랑받는 비결이다.
김도영
OC 시민권자 협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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