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성사된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결승시리즈 흥행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NBA에 때 아닌 ‘음모론’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음모론은 현재 도박 혐의로 기소돼 있는 전직 NBA 심판 팀 도나기가 10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지난 2002년도 레이커스와 새크라멘토 킹스의 플레이오프 시리즈 6차전 경기 승부가 심판들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도나기에 따르면 당시 두 팀 간의 경기가 6차전에서 끝나지 않고 7차전까지 가는 것이 NBA 흥행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으며 두 명의 심판이 이런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편파적인 판정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도나기의 주장은 NBA 비리를 폭로함으로써 형 경감을 받으려는 의도로 보이긴 하지만 당시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엉터리 주장으로만 치부하기 힘들다.
이 경기에서 킹스는 25개의 자유투를 얻은 반면 레이커스는 40개를 얻었다. 그런데 더욱 수상쩍은 것은 40개중 무려 27개가 승부가 결정적으로 갈리게 되는 마지막 쿼터에 선언됐다는 점이다.
사실 여부는 연방검찰의 조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과 판정의 공정성을 자랑하는 NBA에서 조차 음모론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 레이커스와 샌앤토니오 스퍼스가 맞붙었던 올 플레이오프 서부지역 결승시리즈 4차전에서도 음모론이 제기된 바 있다. 경기 종료 직전 레이커스가 명백히 파울을 저질렀는데도 심판들이 휘슬을 불지 않자 레이커스를 진출시키기 위한 음모라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또 지금 벌어지고 있는 레이커스와 셀틱스간의 판정 내용을 보면 편파적이라 할 만큼 홈팀에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심판들 때문에 2차전을 놓쳤다고 흥분했던 레이커스가 3차전 홈경기에서는 심판들 덕을 많이 봤다. 이 정도면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적과 우리가 분명한 스포츠 경기에서 의도에 기반을 둔 음모론이 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그라운드와 코트 위 판관들의 판단이 경기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종목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한국이 2002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었을 때 이탈리아 국민들은 음모론을 들먹이며 흥분했고 반대로 한국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골을 먹었을 때 한국 사람들 역시 같은 논리로 흥분했다.
한마디로 “이기면 실력 때문이요 지면 심판의 편파적 판정 때문”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이 흔하게 통용되는 것이 스포츠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스포츠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개인들의 일상사와 사회에서도 이런 경향은 아주 쉽게 발견된다.
스포츠의 음모론이 병증이듯 음모론이 활개 치는 사회 또한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공정성이 결여되고 불투명 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공정한 룰의 마련과 공정한 집행이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 가야 한다. 아무리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조직의 격이 떨어지고 상처와 분열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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