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속극의 수준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모래시계’를 비롯 ‘허준’ ‘대장금’ 등 몇몇 드라마는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는 수작들이다. 이들이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 퍼지면서 한류 열풍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 연속극에는 고질적 병폐도 있다. 한번 시청률이 올라가면 원작 내용을 엿가락처럼 질질 늘여 시간을 끄는 것이다. 광고 수입을 올리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우롱 당하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싫증이 나고 아무리 좋은 강연도 끝나지 않으면 지루해지고 아무리 반가운 손님도 오래 있으면 보고 싶지 않다. “손님과 생선은 사흘만 있으면 냄새가 난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장장 150일을 끌었던 민주당 당내 경선이 3일로 막을 내렸다. 1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승리한 버락 오바마의 등장으로 전 미 유권자를 흥분시켰던 민주당 경선은 뉴햄프셔에서의 힐러리 클린턴의 예상을 깬 승리가 이어지면서 ‘수퍼보울보다 재미있는 선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처럼 흥미진진했던 경선도 ‘수퍼 화요일’ 이후 오바마가 11연승을 거두면서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나눠먹기 위주로 된 민주당 경선 룰 때문에 남은 선거를 다 이겨도 힐러리는 대의원 수에서 오바마를 따라잡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열세에 몰린 힐러리는 당규를 위반하고 선거를 일찍 치른 미시건과 플로리다 대의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억지를 쓰며 자기만의 독특한 계산법으로 민주당 후보 지명과 아무 상관도 없는 전체 유효 표에서 자기가 앞섰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 때는 비 민주당원까지 열광시킬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던 민주당 경선은 양 진영 간에 비방이 오가며 다섯 달 된 생선 냄새를 풍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길고 지루했던 두 후보 간의 싸움이 드디어 끝난 모양이다. AP는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 2118명을 확보했다며 힐러리 진영 관계자의 말을 인용, 힐러리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일 마라톤 유세를 벌인 빌 클린턴도 “오늘이 마지막 캠페인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해 패배를 사실상 시인했다. 어차피 이렇게 끝날 것을 왜 끝까지 힐러리가 고집을 부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쨌든 오바마는 이번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흑인으로서는 처음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위업을 이뤘다. 본선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힐러리 지지자들이 이탈하지 않는다면 오바마 쪽에 부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연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 것인가. 11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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