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처음 보는 손님이 지난해 세금보고에 자료가 빠져 잘못되었으니 수정하겠다며 찾아왔다. 그 부인은 7세된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얼마나 천방지축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무실 집기를 이것저것 손대고 의자와 소파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냉장고에서 아끼던 음료수를 마구 꺼내 마시는데 줄줄 흘러 밑바닥을 더럽혔다.
평소 모든 서류나 물건을 잘 정리해 놓는 습관이 있기도 했지만 그 아이를 그대로 방치했다간 10대에 가서는 문제아가 될 것이 뻔하고 어머니 역시 몰상식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기에 아이를 붙들어 놓고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손님에게도 지속적인 가정교육이 필요하다고 충고해 주었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해서 가만히 있지만 수년 전만해도 교회 건물 내에서 뛰어다닌다든가 사용한 물컵이나 밥그릇을 아무 데나 놓아둔다든가 벽에다 낙서하는 따위의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보면 붙들어다가 주의를 주거나 반복할 경우에는 볼기까지 쳤다.
가까운 교인들은 “요즈음 어떤 세상인데 그래요. 잘못하면 수를 당해요”하며 모른 척하라고 염려해 주기까지 하였다. 지금은 세상이 너무 변하고 엄마들이 하도 기가 세서 아예 엄두도 못 낼 일이 되어버렸지만.
지난 메모리얼 데이에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하는 개 조련사 시저 밀란의 훈련과정을 보았다.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고 기어오르며 먹이를 보면 물어뜯으며 싸우던 개들이 조련사의 훈련을 통하여 훌륭한 개로 만들어졌다. 야성의 짐승도 훈련을 받으면 말 잘 듣는 동물로 바뀌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그런데 요즈음 한국의 뉴스나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훈련받지 않은 개를 보는 느낌이 든다. 한국 사람들은 학업이나 돈벌이에는 열심이었는지 모르나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은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이 성숙되지 못해 자유나 평등을 이기주의나 방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목청을 높일 수 있었고 물리력을 사용해도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고 옛날의 시위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으며 그래서도 아니 될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법과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정당간의 치졸한 성명전, 민주노조와 전교조의 신물 나는 데모는 그렇다 쳐도 웬 정체 모를 사회단체와 시민연대가 그리도 많으며 여기에 어린 중고교생까지 나라를 구해 보겠다고 길거리에 나서는 판국이니 언제부터 10대 철부지들이 나랏일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모두가 지난 30년 이상 잘못 시행된 교육정책의 부산물인 것이다. 오늘에 이르러 한국의 교육제도가 잘못되었음이 확실하게 판명되었다. 이제라도 교육정책을 입시교육에서 인성교육으로 전환시키지 않으면 한국은 결코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없을 것이다.
모습은 그런 소리 듣기에 정말 부끄럽다. 곧 장마철이 시작된다고 한다. 소나기라도 내려 답답한 심정을 확 씻어주었으면 좋겠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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