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일대에 수많은 카지노가 생겨 가까운 거리에서 갬블링을 즐길 수 있다. 먼 곳에서 유혹하는 라스베가스가 아니라도 가까운 곳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을 드나든다.

특히 이민 초기의 한인들은 언어에 대한 무력함을 잊고 고국에 대한 향수에서 헤어나고자 잦은 왕래를 하고 있다. 살다보면 가끔씩 억제하기 힘든 유혹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한번 발을 잘못 들여 놓으면 다시는 뺄 수없는 절망의 수렁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

스릴을 맛보면서 한 순간에 많은 돈을 버는 요행이 따르기 때문에 그 유혹은 실로 마력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중독이 되어 가정이 깨지고 자신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간다.

한국에서 소외층에게 인술을 펼치며 헌신하다가 늦은 결혼을 한 그녀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 와 뼈저린 상처를 감내 해야 했다. 타국 땅 낯선 곳에서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미뤄 놓은 학업을 위해 모았던 지참금을 남편이 하루아침에 카지노에서 잃었다. 하늘같이 믿은 사람이 어렵게 모은 돈을 하루 저녁에 도박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남편이 도박꾼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에 오열했다.

유학을 보내놓고 대대로 내려오는 종토를 팔아 등록금을 보낸 아버지는 도박에 미친 자식 때문에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다. 한순간에 날려버린 목숨과도 같은 종자돈을 생각하면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도박에 빠진 유학생들이 급증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카지노에 가보면 젊은 한인 유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도박 빚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유학생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는 말에는 아연할 수밖에 없다.

도박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몰려나와 쾌감을 더해 주며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중독이 일어난다. 극치감이 심해지면서 강박적 욕구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이고 결국 중독되는 것이다. 누구나 이 충동성 질병에 걸릴 수가 있으며 그 병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처음에 어쩌다 이긴 경험이 극도의 낙관적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 흥분은 더 많은 유혹으로 발전하게 된다. 도박에서 돈을 잃게 되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허풍을 떨며 돈을 빌리게 되고 잃어버린 돈을 찾아 가능한 빨리 도박장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돈을 잃게 되면 자포자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후회와 분노, 처절한 절망감으로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절감한다. 도박 중독은 자신과 가족에게 치명적 절망을 안겨주고 스스로 절망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적색 신호이다.

한인 가정상담소 자료를 보면 도박관련 상담이 2006년에 116건에서 2007년에는 168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본다. 도박중독 문제로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과거 중장년층에서 근래 들어 유학생들을 비롯하여 대다수가 20대로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커리어를 쌓고 꿈을 키워나가야 할 때에 도박에 빠지면 자신의 일생과 사회생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늪으로 빠진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고나 있는 것인가. 캘리포니아 성인 28명 중 1명이 도박중독에 빠져 있다.

그로 인한 도박자금이 연간 90억달러에 이른다 하니 그 심각성은 도를 넘은지 오래인 것 같다.

안주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