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오(우드사이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세달이 되었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코너에 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대통령에 대한 범국민적 탄핵 지지 서명운동으로까지 일이 확대되고 말았다. 비록 성사 가능성(탄핵 실현)은 없다손 치더라도 대통령 자신에게는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겠다.
하늘을 찌를듯 했던 그의 인기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탄핵의 대상이 되다니 민심이란 이렇듯무서운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우리나라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중에는 불가항력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의 정국 운영능력 부족으로 파생된 문제도 있다. 우선,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기록 갱신을 이어가는 원유가격 인상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원부자재가격 인상 등, 거기다 국제 곡물가격까지 걷잡을 수 없이 뛰니 항우장수인들 배
겨날 재주가 있겠는가?
여파로 국내적으로는 6%대의 경제성장 계획(2008년)은 4%대로 주저앉았고, 3.5%대의 물가인상 계획은 물 건너간지 오래고, 세일즈 외교(방미)의 성과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이라는 해머(hammer)에 두드려 맞아 형체도 없이 깨지고 말았다. 거기다 고소영, 강부자, 강금실 정부라는 꼬리표는 두고두고 말썽을 일으키고 있으니 이명박 정부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게 생겼다.여기에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라는 강 펀치 한대에 이명박 정부는 거의 그로기 상태에 놓였다. 특히나 이 합의는 대통령 방미 하루 전, 4월 18일에 전격 합의되었는 바, 이는 미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로의 초대에 대한 화답 차원의 선물(미끼)이 아니었겠나 하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합의가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한미간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면서 국민들은 이를 성토하기 시작했으나 대통령은 국민의 아우성을 가볍게 여겼는지 국민을 설득하고 사건을 수습할 생각도 의지도 없이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으니 이쯤 되면 국민의 소리도 못 듣고 민심의 소리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무늬만 CEO(소위 경영의 귀재라는)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이나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 광우병 쇠고기 문제도 해결이 안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AI(조류독감)까지 전국적으로 확산 일로에 있으니 갈길 먼 나그네가 해마저 지는 딱한 사정에 놓여있다.국운이 안 좋아서일까? 대통령이 박복해서일까? 취임 초 80%를 웃돌던 그의 지지도가 취임 2개월여 만에 20%대로 민심이 이반되었다는 것은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역시 총선 전 65%의 인기도에서 35%로 급전직하 했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6월에 있을 재보선 선거는 ‘보나마나’선거가 될 것이 뻔하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수입된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아니라 수입 자체에 대한 반대에 관심이 쏠려있다. 국민은 이런 것을 재빨리 간파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국정수행능력 이나 위기 대처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똑똑히 보았다. 이대로 가다간 747 공약도 한낱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번 광우병 파동은 대통령과 협상 실무자가 반반씩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은 정중하게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당에서는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처럼 자신은 21세기에 와 있는데 국민은 20세기에 머물러있다는 대국민 우월감을 버려야 한다. 자신은 21세기에 있는데 국민은 22세기에 가 있다고 생각하고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벌써부터 독선적인 기질이 다분히 보이는데 자성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시를 고른다고 설치다가 삼베를 고르는 우를 범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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