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칼럼
한명철 목사(은혜와 평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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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나 철새들의 역 “V”형 비행은 볼수록 신기하다. 그들은 일년에 수천마일씩 이동을 하는데 오차 없이 정확히 여행을 한다. 대장격인 선두의 새가 날갯짓을 하면 상승기류가 형성되어 순조로운 집단비행을 가능케 한다. 철새 떼의 비행에서 선두의 대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찬 바람을 전신으로 맞받아야 하는 고달픈 자리다. 역 “V”형은 비행의 효율성을 70%나 향상시킨다. 누군가 대형을 이탈하게 되면 즉시로 증가된 공기저항으로 인해 비행에 어려움을 느낀다. 뒤에 있는 거위들은 특유의 울음소리로 선두 거위의 사기를 북돋운다. 선두의 새를 따르는 후미의 모든 새들은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다. 그들은 지도자의 꿈과 나아갈 방향에 의지적으로 합류한 드림팀이다.
삶이란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전진의 과정이다. 홀로 걷는 길이 인생이면서 혼자서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여럿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려면 반드시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는 한 사람이다. 탁월한 사람이 많아도 지도자를 내세우기 위해 물러선다. 강 준민 목사의 <무대 뒤에 선 영웅들>은 2인자 지도자론이다. 성경에서 선별한 12인의 삶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영웅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선두의 새를 뒤따라 날으는 철새집단은 성실한 추종자이면서 무대 뒤에 선 영웅들이다. 오늘 우리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어쩌면 무대 위의 주인공이 아니라 무대 뒤에 선 영웅들이다. 무대 뒤의 스텝이 진정한 지도자다.
지도자 없이도 우리는 무언가 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효율성과 효과성의 문제에서 지도자가 있는가? 없는가? 는 대단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얼마 전 타계한 피터 드러커는 효율성과 효과성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효율성은 일을 제대로 행하는 것이고 효과성은 제대로 된 일을 행하는 것이다.” 지도자를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세운 지도자를 돕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지도자는 늘상 과중한 업무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 깊이 생각하고 외로운 결정을 매순간 내려야 한다. 철새들은 지도자를 헐뜯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격려의 소리를 낸다. 지도자는 고무(cheer up)되어야 한다. 지도자 역시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거나 그 자리가 힘에 부치면 과감히 내려서야 한다. 철새들은 이 원리를 알기에 힘들다 생각될 때에는 주저 없이 선두 자리를 양보한다.
군대나 기업체 같은 전형적인 조직체에서 참모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지도자의 측근으로서 그들은 지도자에게 조언을 하고 명령을 수행한다. 스텝은 지도자가 필요할 때마다 늘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지 때리는 몽둥이가 아니다. 스텝은 어느 경우에도 지도자를 보호해야 한다. 여러 각도에서 지도자를 고무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스텝이다. 스텝이 반역을 꾀하는 일에 연루되어 아랫사람들에게 흑색 정보를 제공하거나 루머를 퍼뜨리는데 조정자 역할을 한다면 그는 지팡이에서 이미 몽둥이로 돌변한 것이다. 스텝이 훌륭하면 지도자가 돋보인다. 반면에 스텝 중 하나, 혹은 일부가 문제의 인물이라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지도자라 해도 뜻을 펼치기 어렵다. 솎아내지 않으면 그것이 쓴 뿌리가 되고 암초가 되어 지도자, 혹은 공동체의 발목을 잡게 된다. 언제나 지도자를 세우는 스텝은 또 하나의 훌륭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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