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인사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 마땅한 직업이나 비즈니스가 없다는 이야기다. 경쟁이 극심하고 수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은 10년 전 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돼 오고 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9.11 사태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된 주식시장의 급락이라는 미국 거시 경제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그런데 뉴욕 인근의 한인사회가 겪는 어려움은 반드시 미국 거시 경제의 추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그리고 2003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린 시기였다.
그렇다면 이런 미국사회의 부가 왜 한국사회에 전이가 되지 않고 있을까? 필자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한인사회가 양적 팽창의 한계에 도달한 점이 그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는 한국의 정치, 경제 변화와 이에 따른 한인사회의 반응이다. 현 미주 한인사회의 역사는 1965년 미국 이민법 정관 개정과 더불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물론 이민 역사 자체는 1800년대 말 하와이 농장 이주를 기점으로 하나 역시 미국사회에 한국인이 대량으로 뿌리를 내릴 기반을 다진 것은 미국 이민이 활성화 된 1970년대 중반 이후이다. 즉 미주 한인의 역사는 30년이 되었다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인구학에서 말하는 한 세대, 30년이 흘렀다. 즉 첫 세대의 피와 땀이 결실을 맺고 두번째 세대가 태동을 할 때가 되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과연 한인사회가 환골탈태의 새 변이를 준비하고 있는 건지? 한인사회를 연구한 결론은 ‘아직까지 준비가 안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준비 자체가 필요한지 조차 자각을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현실이 세대간의 단절이다. 동방예의지국, 부모 공경과 내리사랑이란 한국의 전통문화가 미 국의 개인주의라는 미명하에 파괴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KCS 뉴욕한인봉사센터 경로회관, 뉴욕 경로재단을 통해 활동한 경험에 의하면 1세대 조부모와 1.5세대 부모, 그리고 2세대 청·장년층간의 반목이 위험수위에 올랐다고 한다.
각 세대들은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탄 가족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신들의 편리주의에 입각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고사에서 보듯 어떤 때는 한국문화, 어떤 때는 미국문화를 서로에게 강요하고 있다.
두번째가 극심한 내부 경쟁구조이다.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의 시장 내에서 서로의 생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한인들이 진출한 생업의 종류를 보면 가발업, 봉제업, 청과상, 수산업, 주류상, 세탁업, 네일살롱 등 일부 업종과 한인사회에 한정된 서비스 업종에 제한되어 있다.
언어 소통의 문제와 신용사회인 미국 사회 구조에서 새 이민으로서의 한계가 가장 큰 제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한인사회가 진취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즉 이제는 양적 팽창에 의존하는 한인사회의 발전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미 구조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결론이다.
한인사회가 걸어온 역정은 참으로 길고 험난했다. 선구자인 1세들의 고통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인사회가 현재와 같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제 2의 도약이 필요한 시기이다. 모두의 지혜를 합쳐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갈 시기이다.
서영민/라과디아대학 경제인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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