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사십니까?

도산 안 창호 선생은 외쳤다. “청년들이여, 신이 무심중에 와서 호출하여 네게 묻기를 [너는 무엇을 하느냐?] 고 할 때 [나는 이것을 하노라!] 며 서슴지 않고 대답할 수 있게 하라!” 나라를 잃고 민족정신이 강제로 말살되던 그 암울했던 시기, 민족의 정기는 희미해져가고 독립의 꿈은 아득하기만 할 때 선생은 잠자던 젊은이들의 기상을 일깨웠다.

민족갱신을 이루려면 무기력한 청년들의 가슴에 시대적 사명감을 치솟게 만들어야 했다. 청년들은 일어섰고 역사와 민족 앞에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일제의 만행에 질식되어가던 동포를 위해, 구겨지고 짓밟혔던 대한의 어두운 밤을 젖히고 민족의 새벽을 열기 위해, 이천만 동포가 자유롭게 행진할 자유와 해방의 길목을 트기 위해, 그들은 해야 할 일을 했다. 열혈청년들은 총을 잡았고 순박한 농부들은 삽과 곡괭이로 묵은 땅을 갈아엎었으며 식자층은 책장을 넘기며 붓을 놀렸다.

스위스의 사상가 칼 힐티는 “인간 생애 최고의 날은 자기의 사명을 깨닫는 날”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 찾아들기를 바란다. 왜 사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맹목적으로 행복하기만을 원한다. 그러나 사명이 무시된 인생의 행복은 취할 가치가 없다. 사명이란 한 사람이 목숨을 걸고 이룩할만한 궁극의 가치다. 살면서 삶의 의미를 모르고, 일하면서 그 일의 목적을 모른다면 이는 낭패다. 사명확립이 최우선이다.

나는 내 인생의 사명을 깨달았는가? 이 세상 그 누구에도 주어지지 않고 오직 나에게만 주어진 인생의 사명을 진정 인식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 사명을 위해 흔들림 없이 살고 있으며, 그 사명을 생각할 때마다 뜨거운 감격이 용솟음쳐 오르는 것일까?

사명이 무엇인가? 사명(使命)은 ‘하여금’ 사 자(字)와 ‘목숨’ 명 자(字)로 되어 있다. 사(使)의 뜻은 “하여금,” “시키다,” 이다. “목숨 걸고 이룰만한 일,” “평생 추구할만한 어떤 과업”이 사명이다. 나의 영웅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절실한 것은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를 뚜렷이 정립하는 일이다.

그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고 하나님이 실제로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시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내가 그것을 위해 살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는 이념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통해 해야만 할 일, 평생에 걸쳐 목숨을 걸만한 어떤 과업, 절대자로부터 부여받은 숭고한 미션(mission)이다. 위해서 살고 위해서 죽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영국의 역사가 칼라일은 “자기의 일을 찾아낸 사람은 행복하다. 그에게는 인생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고 토로했다. 사명이란 자신의 일을 찾아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인 칸트는 말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의무를 수행키 위함이다.” 사명이란 우리들이 이루어야 할 삶의 의무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이웃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삶이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은 고백했다.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음악을 들어왔고 음악밖에 모른다.

불세출의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도 “유모의 젖을 빨 때부터 나는 석공의 연장을 흠모하기 시작했다.” 고 고백했다. 위대한 석공으로 살았던 그는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심혈을 기울였고 과업에 대한 그의 탁월한 사명감이 걸작품을 낳게 했다. 우리 앞에는 살아야 할 삶의 목적과 수행해야 할 인생의 의무와 이루어야 할 고귀한 사명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