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더포드, 이스트 러더포드 통신(수잔 김)
그 지역을 알려면 학군을 알아보면 된다는 것은 한국에서부터 이미 알고 있지만 미국 역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그 지역을 알려면 학군도 좋지만 우체국이나 도서관을 방문해 보면 그 지역의 사람들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러더포드 지역사람들처럼 아니 미국인들처럼 도서관을 유효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민족도 없을 정도로 이들은 도서관을 내 집같이 드나들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이민의 고립된 사회에서 세계 여러 인종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책과 통신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편안한 장소에서 휴식과 함께 정신의 양식을 만끽할 수 있는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익혀온 습관이 어른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도서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자주 도서관에 다니다보니 알 수가 있었다.
본 통신원 역시 이민생활에 바쁘다보니 아예 도서관은 엄두도 못 냈지만 으레 아이들이나 가는 곳으로 치부 했는데 편지는 본국에 부쳐야 하겠기에 우체국에 갔더니 빨간 벽돌에 웅장하게 꾸민 우체국과 국립 도서관이 형제같이 마주보고 있어 우체국에 들렀다가 자연히 도서관을 들러 보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사하면서 그 많은 책들 때문에 고민하다가 어딘가 기증하기로 했지만 막상 기증하려니 마땅치가 않았는데 도서관이 보인 것이다.
1894년에 설립했다는 이곳의 도서관은 건물이 주는 육중함은 물론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무작정 가서 직원에게 한국 도서가 있는 가 물어보았더니 반갑게도 한국도서가 있다면서 그 직원이 가르키는 대로 가보니 정말 신발장만한 크기에 한국 서적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살펴보니 책의 종류가 말이 아니었다. 바로 이때다 싶어 한국서적을 잔뜩 가져가 한국인이 쓴 수필집과 장편 소설을 보여주며 이런 사람이라고 하니 반가워하며 도서 담당자를 불러주었다.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전형적인 백인 여인이 반가워하며 한국도서가 쾌 많이 들어왔지만 어떤 것이 마땅한지 분별을 못하고 있고 뉴저지 일대에 한국도서를 관장하는 메튜가 오면 그때 도와 줄 수 있느냐고 묻길 래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름 후 그가 왔다고 연락이 와서 가보니 키가 자그마하고 순수해 보이는 젊은 메튜였는데 알고 보니 한국여인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한 2년 정도 한국에 있었으며 한국 언어는 물론, 문화와 역사를 공부했는지 이름 있는 한국 작가들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와 나는 창고에 들어가서 아무렇게 쌓여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문학지를 골라냈다. 그런데 우리한인 2세 이창래씨가 지은 장편소설은 순수 한국작품이 아닌 번역 작품이라고 빼놓는 것이었다. 그래서 담당자 숀에게 번역소설이 비록 순수 한국문학은 아니지만 너희가 한글을 몰라 우리 문화를 알 수 없듯 한인들도 언어에 문제가 있어 번역된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숀도 그 말이 타당하다면서 그의 작품은 넣기로 하였다.
그 외에 수많은 잡지 중에 주부 생활을 선택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러더포드 도서관에는 신간 서적에 번역물까지 합쳐서 반짝반짝한 새 책들이 진열됐고, 그전에 비해 양도 다섯 배나 는 막강한 한국도서 코너가 되었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이용자들이 남의 물건이던 공공단체 물건이든 내 것같이 소중히 다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유는 무심히 저지른 나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질서가 엉망이 되는 것은 물론, 다음사람을 위한 배려와 더 나아가 한 나라의 국민성까지 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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