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아침 7시경에 한국뉴스를 켰을 때 나는 내 인생에 가장 슬픈 순간을 보았다. 숭례문이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 나는 방바닥에 주저앉아 아픈 가슴에서 울어나는 뜨거운 눈물을 한없이 흘리고 있었다.
소방대들의 물줄기는 지붕위에 소나기물처럼 처마 끝으로 흘러내리고 건물 안에 불은 더욱 거세게 타오를 뿐 무기력한 소방작업에 천년 민족의 혼이 맥박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의 젊음을 통째로 바쳐 일한 건축인생에 최고의 자랑이 검고 하얀 연기로 서울의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나의 건축과 대학 졸업논문은 한국 고전건축설계였다. 1960년에 서울대학교 건축과 김정수 교수는 나를 서울 남대문 보수공사 현장에서 일하도록 주선하셨고 1961년 봄에 중수공사가 시작되었다. 지붕에서 기와를 들어 내리면 자로 재서 크기를 기록하고 문양을 탁본하고 복원공사에 재사용 여부를 결정하였다. 우리선조들이 수 천년동안 대대로 전수해온 정교하고 안정된 예술과 기술이 건축물의 모든 부분에 나타나 감탄을 멈출 길이 없었다. 내 나이 가장 민감한 때라 남달리 도취하였다.
건물부재가 하나하나 해체되어 내려올 적마다 정확한 규정 치수를 찾아 복원설계의 자료를 얻고 곧 복원도면 설계를 시작하였다. 나는 도편수 조원재씨와 같이 생활하면서 역사 속에 사라져가는 우리 선조들의 고전건축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일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듣고 배웠다. 설계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네 모퉁이에 추녀 설계였다. 처마의 아름다운 곡선의 원형을 전면에서 찾고 측면에서 찾아 두 개의 곡선을 맞추어 높이와 길이를 정한 다음 추녀의 설계를 해체된 추녀에서 확인하였다.
옛사람들은 건물 부재들의 용도에 적합한 여러 가지 나무들을 산에서 찾아 가장 적절한 시기에 베어서 바닷물에 수년 동안 침수한 다음 다시 그늘에서 수년 동안 말려서 나무의 결을 따라 부재용도에 맞는 모양으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제한된 공정과 재료공급에 따라 그러한 원칙은 최선을 다하여 공사를 진행한다고 도편수는 설명하였다.
우리나라 고전건축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지붕과 기둥사이에서 지붕의 무게를 모아 기둥에 전해주는 공포의 구조와 양식에 있다. 수많은 크고 작은 부재들을 조립하여 구성한 구조물은 지붕과 처마의 무게를 균등하게 분배하여 기둥에 전해준다. 그 기능에 맞는 예술적 표현은 역사의 향기가 가득하다.
공사하는 동안 서울시민들에 떠도는 소문들이 있었다. “지붕에서 용이 하늘로 올랐다”, “구렁이가 나왔다”, “처녀 몸의 유골이 나왔다”. 시민들이 궁금해 하기에 나는 서울 일간지에 계속해서 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건축 잡지에 보고서도 출간하였다.
1963년 5월 14일에 준공식에서 윤태일 서울특별시장은 내게 표창장과 금일봉을 수여하고 윤천주 문교부장관은 나를 문화재위원들과 상의하여 문화재 건축전문위원으로 위촉하였다. 1966년에 미네소타 주립대학 석사학위 과정을 받으러 도미, 건축가로 일해왔다.
숭례문은 엄격한 문화재보수공사 과정을 거쳐 다시 복원하면 국보 1호의 위치로 환원할 수 있다. 누각 일층에 재사용하 수 있는 잔여 부재들을 모두 다시 사용하고 새로운 부재를 정확하게 원형과 맞추어 건물의 모든 부분이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된다면 문화재의 가치는 다시 살아난다.
화재의 책임을 서울시청이나 문화재청에 묻기 전에 국민들은 우리문화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우리 것을 얼마나 사랑했느냐를 물어야 한다. 숭례문은 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선조들의 혼은 새로 복원될 숭례문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 줄 것이다.
최용완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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