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 어느 소도시의 시의회장에 난입해 5명을 쏘아 죽이고 경찰에게 사살 당한 불평 시민의 만행이 있은 게 채 2주도 안 된다. 며칠 전에는 북 일리노이 주립대학 강의실에서 총 세 자루를 가지고 나타난 졸업생이 무차별 난사 끝에 여섯 명을 죽이고 10여 명에게 중상을 입힌 후 자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또 그 전에는 여자 대학생이 학교에서 두어 명을 사살한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도, 또 민주당의 두 경쟁자들인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도 총기 범람으로 악화되는 국내 테러에 대해 말 한마디 없다. 총기 만연 때문에 더욱 더 흉포해지는 미국의 범죄 현황에 대해 말 없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 정계의 지도자들 대부분은 오히려 총기 소유를 제한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워싱턴 DC 대 헬러’ 라는 연방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 있어서 상원의원 100명 중 55명, 그리고 하원의원 436명 중 250명, 즉 연방 의원들의 과반수 이상이 민간인의 권총 소지를 금하는 워싱턴 시 법이 위헌이라는 소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놀라운 일은 딕 체니 부통령도 미 상원의장 자격으로 그 같은 소견서에 서명을 했다는 사실이다.
‘법원의 친구(Amicus Curiae)로부터의 소견서(Brief)’란 대법원이나 공소법원에 계류 중인 주요 이슈에 대해 정부 기관이나 일반 조직이 찬반을 표하는 법적 근거에 대한 설명서로서 판사들의 결정 과정에서 참조되는 것이다. 텍사스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인 케이 베일리 허친슨이 주도하는 그 소견서는 부시 법무부의 입장과도 다른 것이어서 민간인들의 무기 소유에 대한 미국의 역사와 전통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연방 헌법 수정 제2조에는 “잘 규제된 민병대가 자유로운 주의 안전에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무기를 지니고 소유할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고 나와 있다. 그 문구가 군대나 주 민병대처럼 집합체로서의 무기 소유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일반 시민 개개인의 소유권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쟁론이 오랫동안 전개되어 왔었다.
워싱턴 DC의 입장은 사냥총 등의 무기 소유는 허용되는 반면 권총은 범죄와 직결되어 있어 민간인들의 권총 소유는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DC 연방 항소법원은 이미 작년 봄 헌법 수정 제2조의 무기소지권이 개인의 권리이고 권총도 무기의 하나이기 때문에 권총 소지를 금하는 DC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던 것을 DC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미국인들의 무기 사랑은 정상이 아니다. 독립전쟁에서의 시민군대의 역할이라든지, 서부 개척시대의 특수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전 국민 수보다 많은 갖가지 무기들의 범람과 수많은 총기 희생자들의 비극과 아울러 학교, 교회, 쇼핑몰 등마저 대량살육의 킬링필드가 되는 현상이 그대로 방임되고 있는 상황은 미국 사회의 수치다. 문명국가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될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태는 국가적 위기임에도 총 사랑이 사람 사랑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만약 대법원이 용기 있게 DC 총기규제법의 합헌성을 인정해준다 하더라도 연방 의회에서는 개인의 총 소유권을 고집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그러면서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 만에 하나라도 대통령 선거에 뛰는 사람이 어떤 미친 자의 흉탄에 희생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더구나 그 피해자가 오바마라면 미국이 어찌 될 것인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총 문화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데 미국의 비극이 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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