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플러싱에 거주하는 김 씨는 지난해 맨하탄의 그로서리 가게를 인수했다가 얼마 전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평소 잘 알던 사람으로부터 리스가 6개월도 안 남은 가게를 인수한 김 씨는 결국 리스 연장이 불가능해지면서 문을 닫아야만 했던 것이다.
“전 주인이 리스 연장을 책임지고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덜컥 계약을 한 게 실수였습니다. 전 주인은 사라져버렸고 건물주는 리스연장은 커녕 다른 업자한테 가게를 넘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쫓겨나왔습니다.”김 씨처럼 한인 사업체 매매 과정에서 성숙치 못한 계약으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매상을 놓고 업소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간의 다툼은 이젠 오래된 고전에 해당된다.
이영복 전 재미한인부동산협회장은 “사업체 매매시 매상 체크업 과정에서 ‘속였네’, ‘안 속였네’ 하면서 계약이 깨지는 사례는 부지기수이고 매매 이후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사업체 매매 뿐이 아니다. 건설공사 분야에서 업체와 고객 간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닐 정도로 한인사회 최대 병폐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계약에 없는 웃돈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인 계약 취소 등으로 인한 분쟁에서 부터 무면허·무보험 업자를 선정, 손실이 있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 등 건설업체와 소비자 간의 마찰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 건설업체의 한 업주가 고객들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공사대금 등 수십만 달러를 챙겨 잠적하는 사건도 발생하기도 했다.
대부분 같은 동포라는 이유로 정확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맡기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영식 전 한인건설협회장은 “한인들이 아직 계약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구두로만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야박하게 생각되더라도 계약을 정확히 하는 게 상호 다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인사회에서는 이삿짐 업체와의 분쟁, 영주권 허위 스폰서를 둘러싼 신용의 문제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유연태 변호사는 “신용의 위기는 대부분 법의 허점을 비집고 발생한다”며 “한인들끼리 믿고 서로 돕는 사회를 위해서는 말의 약속을 믿는 전통적 관행 대신 계약의 문화가 자리잡혀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노열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