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일 목사의 성지탐방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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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에서 하룻밤을 지낸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버스 에 몸을 실었다. 불과 반 시간도 안되어 예루살렘 한가운데에 도착을 했다. 기독 교인들뿐 아니라 유대교인들과 이슬람교도들에게까지도 성지중의 성지로 꼽히고 있는 중동 아니 세계 종교의 중심부 예루살렘에 도착을 하니, 미국 중부출신 캄보디아 선교사 쉐리는 몇 번이고 나에게 “우리가 드디어 예루살렘에 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골고다 언덕에 이르렀다. 밀려오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 곳에 오래 서 있을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때 내가 잠시 서 있던 곳이 “저가 남은 구원하였으니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자기도 구원하라”(눅23:35) 고 외치며 사람들이 서서 주님을 향해 비웃고 손가락질 하던 자리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조금 걸으니 동산 옆 편에 예수님이 묻히셨던 곳으로 추정되는 아리마대 요셉 무덤이 눈에 들어온다. 벽에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어 안에 들어가니 빈 무덤 벽 위에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고 부활하셨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아침 햇살이 깨끗하고 맑게 비치는데 많은 이들이 무덤 멀찌기 여기 저기 나무 밑에 앉아 무덤 입구쪽을 향해 침묵으로 기도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다. 우리도 넉넉하게 앉아 묵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예루살렘 성벽을 지나 예수께서 종려주일에 나귀를 타고 입성하신 골목 길을 따 라 걷었다. 주변 양옆에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교회건물들을 지나 각종 기념품 골동품 가게 상인들의 호객행위를 보니 2000년전 그 곳을 지나던 예수님을 향 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옷가지를 던지던 군중들의 모습이 어땠을 지를 연상할 수 있었다. 38년 된 병자가 고침을 얻었다는 베데스다 연못(요5:1)을 찾다가 잠시 길을 잃어 가난한 아랍인들 달동네를 헤메며 고생도 했지만 덕분에 예루 살렘 뒷골목 일부를 피부로 체험하는 산 공부를 한 셈인데, 가난한 그곳 주민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에 옛날 그 베데스다 못이 진짜 병자를 고치는 곳이 아닌 하나의 관광 유적지로만 있는 것이 아쉬운 생각까지 들었다.
예루살렘은 약 4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도시다. 멜기세덱이 아브람에게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영접한 곳(창14:18)이 예루살렘이며, 다윗 임금이 기원전 1000년 전 경에 이스라엘 통일왕국의 수도로 정하기까지 여러 족속이 이 곳을 지배 하였다. 솔로몬이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린 모리아 산 정상에 성전을 처음 건축하자 예루살렘은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고 영적으로도 이스라엘의 중심부가 되었으며, 이 솔로몬 성전은 약 400여년 후인 기원전 586년에 바벨론 군대에 파괴된다. 약 70여년 후 페르샤왕국의 도움으로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돌아온 스룹바벨과 에스라는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과 두번째 성전을 재건하는데, 후에 이 지역을 정복한 희랍의 알렉산더 대왕과 그 이후의 로마 제국의 영향으로 예루살렘은 많은 격동기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로마 제국하의 헤롯임금은 현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기원전 40년 경부터 수십년에 걸쳐 초라했던 두번째 성전의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추진하는데 결국 이 확장된 성전이 서기 70년 유대인 반란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로마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다. 그 이후 유대인의 성전은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는”모습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현재는 2000년 전 헤롯임금이 지은 성전 기초의 한쪽 벽 (Western Wall)이 하나 남아 있는데 이 벽이 유대인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통곡의 벽이다.
통곡의 벽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수많은 인파가 장관이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하다 가 13세가 된 아이들의 성년식(Bar Mizwah)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신 기하게 넋이 빠져 구경을 했다. 여기 저기서 아이들를 앞 세우고 율법책과 나팔 행진을 하며 축하하는 가족들 사이에 관광객들이 어울려 한 마디로 이런 혼돈이 없었다. 그러나 그 사이 저편으로 보이는 통곡의 벽… 솔로몬의 영광만큼이나 아름다움과 위세를 자랑하던 그 하나님의 성전, 오직 하나님의 약속 하나만을 믿고 400년 애굽의 종살이에서 시작하여 40년의 출애굽과 광야 고난의 여정 또 끝이 안 보이는 가나안 정복의 그 피나는 과정을 다 마치고 결국 약속의 땅에 이르러 하나님 앞에 믿음의 열매로 드려진 하나님의 성전, 또 포로 생활과 국난극복의 상징으로 재건하여 하나님 앞에 드려졌던 이스라엘 민족의 믿음과 정신적 유산의 본산인 성전이 덩그러니 허전하게 이렇게 돌벽 하나로 남아 있다 니… 순간 이 벽을 치며 통곡하는 유대인들 아니 하나님 백성들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이 통곡의 벽 너머 하나님의 성전이 있던 그 자리에 현재는 이슬람의 사원이 세워져 있고 그 이슬람 사원 한 가운데에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린 제단이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지난 2천년간 서로 하나 님의 백성임을 자처하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간의 갈등과 반목의 역사가 바로 이 벽을 사이로 지금도 그대로 대치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벽이 나를 더 가슴 아프게 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웨스트뱅크 경계에 현재 설치 중인 수백마일의 콩크리트 벽이다.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테러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쌓은 높이 8m의 철근 콩크리트 이 벽은 한국의 남북을 막는 휴전선 철조망 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울타리(Fence for Life)로 불리고 있다지만 이것이 힘없는 팔레스타인 백성들에게는 죽음의 벽으로 저들의 목을 단단히 죄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캘리포니아 북가주의 베이지역 전체를 어느 날 콩크리트 벽으로 담 장을 친다고 하자. 그리고 검문소를 설치해 일일이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제한 한다고 하자. 벽안에 갖힌 사람들 특별히 벽 부근에 사는 사람들은 울타리 밖 으로 아이들 학교를 보내거나 친척 방문 또 비즈니스 등을 위한 통행을 위해 일일이 검문을 받아야 한다. 하루의 삶이 어떨 지를 상상해 보라.
팔레스타인인 엘리아스 차쿠어 신부의 말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어떻 게 평화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이스라엘을 임신한 엄 마로 또 뱃속의 아이를 팔레스타인에 비유를 하면서 하는 말이 가장 아름다운 해결책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 사랑을 듬북받아 건강하고 자랑스런 자녀로 독립해 출가할 때까지 엄마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사랑으로 양육을 받은 자녀는 독립후에도 엄마의 은혜를 사랑으로 보답할 것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여 엄마가 뱃속의 아이가 싫다고 아이에게 구박을 가하면 엄마도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후손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잃고 지난 2000년 동안을 방황하던 이스라엘 백성들, 저들은 나그네로서 전 세계의 유랑 민족으로 수 많은 고난을 당해야 했다. 하나님이 그 아픔을 아실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아픔을 아시고 고향으로 돌아오도록 도우신 하나님은 역시 저들로 말미암아 지난 60년간 고향을 잃고 그 땅에서 방황자로 살아가는 수 많은 팔레스타인의 백성들을 생각하며 “약한 자와 고아를 보살펴 주고, 가난한 자와 고통받는 자의 권리를 찾아 주라”(시82:3; 사58:10 )고 말씀하신다.
예루살렘 여행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베들레헴으로 버스가 달렸다. 2000년전 천군 천사들의 영광스런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평화의 왕 예수께서 태어나신 성지 베들레헴. 그러나 그 성지는 현재 죽음의 벽에 둘러싸여 숨을 쉴 수 없도록 목이 조여지고 있다. 저녁이 되어 컴컴한 가운데 우리 버스가 그 죽음의 벽 입구 검문소에서 참시 기다리는 중에 창문 밖 콘크리트 벽 위을 바라보니 이스라엘 정부가 써 놓은 영어와 히브리어 환영문구가 보인다. “샬롬, Peace, 샬롬.” 저들이 말하는 샬롬의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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