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가을의 한국 대선만큼 재미있었던 선거도 별로 없다. 선거 열기가 너무 뜨거워 나라 전체가 잠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출마한 후보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기는 어느 선거나 마찬가지이지만 그해의 선거가 특이한 것은 유권자들 때문이었다. 젊은 층과 나이든 층이 완전히 둘로 갈라져 후보들 보다 더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평소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젊은 층이 선거에 끼어든 때문이었다.
당시 후보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씁쓸한 기억이 되었지만 당시 노 후보는 변화와 개혁의 상징이었다. 젊은 층은 노 후보의 ‘바람’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고, ‘바람’이 불안한 나이든 층은 이 후보의 안정감 있는 경륜에 지지를 보냈다.
그래서 당시 한두번의 ‘가정불화’를 겪지 않은 집이 별로 없었다. 선거이야기만 나오면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느라 언성을 높인 것이었다.
비슷한 일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 사이에서 ‘힐러리냐 오바마냐’를 두고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형과 동생 …이 갈라져 싸움 아닌 싸움들을 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끌기는 케네디 가의 가족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 케네디와 그의 삼촌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오바마를 지지한 반면 고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자녀들은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힐러리 지지자라면 그의 아들은 오바마를 지지하고, 제시 잭슨 목사는 오바마, 그의 부인은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다. 지지 후보를 둘러싼 의견 차이가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형제간 불화를 낳는 일이 미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모두가 민주당 예선전이 유례없이 뜨거운 탓인데 그 중요한 요인은 ‘젊은 표’이다. 버락 오바마 후보가 백전노장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위협하며 따라 붙는 데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표가 대거 그에게 몰린 덕분이다. 그의 신선한 카리스마가 젊은 층의 열광적 호응을 끌어내면서 민주당 예선전을 예측불허의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달리 보게 된 것은 예선전의 첫 테이프를 잘 끊은 덕분. 힐러리와는 비교도 안되리라 여겼던 그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하면서 그를 보는 유권자들의 눈이 달라졌다.
그런데 그 승리의 일등 공신들이 20대 젊은 층이다. 아이오와에서 25세 미만 젊은이들이 오바마에게 준 표는 총 1만7,000표. 오바마는 2만이 채 못 되는 표로 승리를 거뒀었다.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던 대학생 등 30대 미만 연령층을 흔들어 깨워 선거에 관심을 갖게 하고 투표를 하게 만드는 것이 오바마의 힘이라는 사실은 이후 선거에서 계속 증명이 되고 있다. 캐롤라인 케네디가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것도 알고 보면 젊은이들 덕분. 지난해부터 자녀들이 계속 오바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다보니 오바마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그는 말했었다.
수퍼 화요일에서도 젊은 층의 투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젊은 층이 얼마나 투표를 하느냐,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올 대선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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