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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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지휘자가 25년만에 베이지역을 방문, SF 심포니를 지휘했다. 24일 부터 SF를 비롯 쿠퍼티노 플린트 센터등에서 4일간 열린 이번 연주회에서 정씨는 매우 격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톤으로 음의 색채를 수놓아, 홀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 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한인들에게는 감동을 안긴 이번 공연이 로컬 평론가(신문)들에게는 그렇게 호감을 주진 못한 것 같다. 크로니클 지 등의 평론에 따르면, 우선 첫 곡으로 연주된 메시앙의 작품에서 전혀 정명훈 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지적 됐다.
후반에 연주된 말러 연주는 그렇다치고 메시앙 전문가로서 메시앙의 작품을 전혀 음악적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 지적 받았고, 그 여파로 말러의 곡까지 정씨의 곡해석이 너무 주관적으로 흘렀다는 지적이었다. 테크닉상의 문제도 노출, 세계적 명성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이들(로컬 평론가들)의 판단이 어떻든 간에 이번 방문에서 정씨가 보여준 연주는 한인들에게는 오랜만에 가뭄에 단비 같은, 문화적 풍요로움을 안긴 매우 소중한 공연인 것만은 분명하였다. 사실 객원 지휘자로서 짧은 연습기간 동안 테크닉 상 완벽한 호흡을 기대하는 것 부터가 너무 무리일런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이번 공연에서 나름대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 공연이었다. 우선 청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 것 부터가 청중들과의 큰 교감을 이끌어낸 공연임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자로 잰 듯한 정확한 공연이라도 청중들과의 교감이 없다면 이는 반쪽짜리 공연에 불과할 것이다.
객원 지휘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표정을 마음껏 이끌어 내며 청중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정씨가 기립박수를 이끌어 낸 데는 정씨의 탁월한 쇼맨십보다는 피아노 연주로 단련된, 탁월한 음해석에 기인 한다 할 것이다.
피아니스트 출신의 탁월한 지휘자를 꼽자면 게오르규 솔티, 브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다니엘 바램보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솔티의 경우, 투박한 색채의 시카고 심포니를 세계 톱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킨 데는 2차대전 당시 피아노로 생계를 유지했던 튼튼한 음악성이 몸에 배인 때문이었다. 과거 뉴욕 필의 레너드 번스타인도 피아노의 대가였고, 피아니스트로 지휘자로 전향한 다니엘 바렘보임, 브라드미르 아쉬케나지 등도 모두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라 있는 명지휘자들이다.
정명훈씨는 이번 연주회를 통해 단순히 호령하는 지휘자가 아니라, 대화하듯 섬세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명훈의 매혹은 음의 정확도, 일사분란한 통일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극한에 도전하려는 예술가적 기질, 고집에 기인한다 할 것이다. 때로는 시냇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때로는 둑이 터지듯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음의 대 향연에 청중들은 매료됐고, 또 오케스트라의 마술에 흠뻑취한 한 때였다.
<이정훈 기자> jungmus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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