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빨개지는 일이 있다.
고교 시절이었다. 친구가 멀리서 버스를 타고 LA까지 온다고 하여 마중을 나갔다. 평소 누구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반가운 표현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오래 기다리던 버스가 보이니 너무 반가웠다.
버스가 반갑고 친구가 나를 쉽게 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되어 나는 손을 흔들며 버스를 향해 뛰었다. 속력이 빠른 버스는 정거장에 먼저 도착하고 나는 다시 버스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이제는 양팔을 흔들어대며 뛰었다.
멀리서 친구로 보이는 동양인 한명과 여러 명의 백인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손을 흔들어대는 내 모습이 가관이었나 보다. 열심히 뛰어 다가가 보니 내가 친구로 생각했던 그 동양인은 내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는 없고 낯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나 창피하고 계면쩍었던지 나는 그 앞에서 멈출 수가 없었다. 계속 손을 흔들며 뛰었다.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뛰는 것처럼 하면서. 그러나 내가 뛰는 방향으로는 아무도 없었고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마 그때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웬 정신 나간 동양인 남학생인가” 했을 것이다. 나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창피스러웠다.
친구는 그 다음 차로 도착했다. 하지만 친구를 만난 반가움보다는 그날의 창피하고 우스꽝스런 내 행동을 이야기 하며 친구와 하루 종일 웃어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창피해할 일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무안했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내가 좀 적극적인 성격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더라면 사람들에게 “친구를 마중 나왔다”고 한마디 하면 됐을 일인데.
2008년을 시작하면서 올해는 어떤 목표를 향해 도전할 것인가 생각하다,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기로 했다. 조엘 오스틴이 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을 토대로 나름대로 결심을 해보았다.
긍정적으로 살려면 먼저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하는 요인들을 차단해야 할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실수나 실패에 대해 유난히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런 부끄러움이 내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바꿔보기로 했다.
고교시절 버스정거장에서의 창피했던 경험도 생각을 바꾸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나의 우스꽝스런 행동이 긴 버스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피로가 풀리게 해준 활력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모두 때로 실수를 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20년에 가까운 학교교육은 어쩌면 사회생활을 실수 없이 하도록 마련해 놓은 시스템이 아닐까? 하지만 이는 주로 전문분야에만 해당이 되고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실수나 실패는 여전히 반복된다.
실수나 실패를 해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상황을 잘 헤쳐 나가려면 필히 필요한 것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일 것이다. 올해는 나에게 많은 실수가 있더라도 나 자신이 먼저 나를 용서하고 나를 바르게 세우고 기쁘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갈 계획이다.
토마스 오
소셜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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