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사결과에 의하면 하루에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광고는 무려 수천 여개가 된다고 한다. 새로운 물건,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무엇이 날마다 우리를 향해 ‘사라’ ‘지갑을 열어라’고 외치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의 새해결심은 아마도 몇 해 전 한국에서 대유행을 했던 광고카피 ‘부자 되세요’처럼 부자 되기일지 모른다. 비슷한 변형으로 돈 많이 벌기, 저축 많이 하기, 보다 현실적으로 빚 없애기도 있겠다.
문제는 마음을 다잡는 새해라고 해도 눈을 유혹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결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나, 결심을 방해하는 것들은 눈에 쉽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말, 마음, 태도, 생각…은 자꾸 되새기지 않으면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도, 사랑이 식는 것도, 그 마음이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날마다 더 좋게, 더 멋있게 바뀐다. 새로 나온 자동차 모델, 새로 지은 집, 새 옷, 새 컴퓨터, 새 카메라…자꾸 바꾸고 싶고 자꾸 갖고 싶어진다. 내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이 계속 커진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를 갖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둘, 셋, 넷…더 더 더 멈출 줄을 모른다.
모기지 빚을 제외한 미국 가정의 평균 빚이 2만1,900달러라고 한다. 미국인들의 크레딧카드는 일인당 평균5개, 그리고 크레딧카드 빚은 가정 당 평균 8,000달러라고 한다. 미국가정의 40%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어떤 조사결과도 있다.
언젠가 로또당첨자들의 몇 년 후를 담은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몇 백만달러씩 횡재한 그 사람들이 그 돈 때문에 행복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이 돈 때문에 이혼을 했고, 사람들과 멀어졌고, 돈이 전혀 그들을 행복하게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한 사람은, 양복을 더 많이 사 입고, 모자를 더 많이 사서 쓰고…그것뿐이지 그것으로 더 행복해질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돈은 눈에 보이는 것을 살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고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좇다보면 어느 순간 허망해지는 기분을, 명품 백을 사모아도 자꾸 허전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올해 내 목표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결심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세워놓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눈에 보이는 일들을 찾을 수 있다.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기, 집에 일을 싸들고 오지 않기 등등.
반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목표로 세우면 어떨까. 예를 들어 ‘1000달러 만들기’라고 하면, 외식 안하고 쇼핑 안하고 한달에 얼마 저축하고…등등 눈에 보이는 것들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쩌면 마음을 살찌우는 것들은 아예 생각조차 하기도 힘들기 일쑤다. 새 집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하면 새 집을 사기위해 돈을 모으지 새 집에 살게 될 행복한 마음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둘의 아름다운 균형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어느 드라마에서의 대사처럼 ‘성공한 인생이 행복한 것인지, 행복한 인생이 성공한 것인지’의 차이이다.
모두들 다른 목표, 다른 결심들로 2008년을 살아가겠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모두들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한 해 이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소중히 알아가는 한 해 이기를, 바래본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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