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디아(Chindia)’ 시대
국경문제 등 갈등요인 잠복
중국과 인도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2박3일간 방중을 계기로 과거의 앙숙에서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14일 양국 총리회담에서 ‘21세기 중국과 인도의 비전’이란 공동문서에 서명함으로써 무역과 군사 등 각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싱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이 전면적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함에 따라 24억 인구를 보유한 양국 경제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친디아(chindia)’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올 정도다.
양국의 관계 개선은 우선 경제 협력에서 두드러진다. 양국은 무역규모를 당초 목표치인 2010년까지 400억달러 규모를 600억달러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규모가 387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목표치를 웃돌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한 조치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행중인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연구보고서를 기반으로 적절한 시기에 FTA 협상을 진행키로 하는 한편 지난 2006년 7월 개통된 중국의 칭짱(靑藏) 철도를 인도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특히 두드러진 성과는 국경 문제 등으로 불거졌던 양국의 불신을 해소하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양국은 1962년 분쟁의 불씨가 됐던 히말라야 산맥 국경선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총리 회담에서는 양국 국경 문제와 관련해 진전이 있었다며 양국은 가능한 한 빨리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군사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상호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양국은 올해 안에 인도에서 제2차 양국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2차 합동훈련은 양국 관계 해빙무드의 신호탄이 됐던 지난해 12월의 첫 합동군사훈련에 이은 것으로 양국의 군사협력이 더욱 밀접해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양국은 외교 장관이 연내에 상호 방문하면서 제4차 전략대화를 개최하는데도 뜻을 같이 해 외교 관계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 밖에도 핵(원자력) 에너지의 민간 개발과 기후변화 등 에너지환경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재난방지 분야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인도 일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만리장성이 낮아졌다’란 머리기사에서 중국이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발길을 내디뎠다고 평가하고 힌두스탄 타임스도 양국 총리가 제시한 ‘21세기 비전’을 언급하며 인도와 중국이 경제 및 인구학적 측면에서 21세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평가하는 등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양국의 경제협력 등 분야에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는 분석도 있다. 싱 총리가 인도 기업의 중국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고 무역장벽을 해소해 나갈 것을 촉구하고 양국간 무역격차 해소를 강조한 것을 보면 경제협력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양국을 가로막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양국 관계의 개선은 외교적으로 보면 아시아 태평양을 둘러싼 외교 정세 및 구도 변화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로 이어지는 외교적 연결고리가 약화되고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와 함께 외교적 입지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교가에서는 인도가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망명 정부의 장소를 제공해 주고 양국 간 국경 문제가 아직 불씨로 남아 있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어떤 구도로 재편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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