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 7명 중에 결혼을 아직 못한 친구가 하나 있다. 나도 사실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꽤 늦게 결혼한 편이지만 이 친구는 아직 여자 친구도 없으니 언제 결혼할지 예측도 할 수가 없다. 72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하면 벌써 37세가 아닌가. 이제 얼마 있으면 40이 되는데 사귀는 사람도 없으니 본인은 물론 친구들 모두가 안타까워한다.
사실 이 친구는 마음씨가 나쁘거나 못 생긴 건 아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답게 생겼다’고 칭찬을 하니 흉하게 생긴 건 아니다. 직장도 나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역사교사였다. 봉급은 많이 받지 않았지만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쏟아 붓는 좋은 교사였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대다수인 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그들이 더욱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의욕을 북돋워주는 능력 있고 멋진 사람이었다.
그의 가장 큰 불평은 자기 맘에 드는 여성을 못 찾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이 교회, 저 교회 돌아다니면서 “이 교회에는 아가씨들이 별로 없다”라든지, 아가씨들의 고급 핸드백과 자동차를 보고 ‘이 교회 아가씨들은 너무 물질적인 것 같아서 싫다’라는 불평들을 늘어놓았었다.
가끔 소개를 받아 데이트를 나가면 한두 번 만난 후 어김없이 크고 작은 핑계를 대고 다시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여러 번 인터넷에 프로필을 올리라고 권면도 했지만 얼굴 팔리는 게 싫다며 사양했었다.
그러다 내가 결혼하자 충격을 받았는지 1년반 전 “나의 이상형은 미국에 없는 것 같다”고 친구들에게 발표를 하고 6년 동안 몸담았던 교직을 그만두고 가족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해 버렸다. 미국 시민권자에다 어느 정도 능력이 있으니, “한국에 가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미국을 떠난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도 ‘좋은 소식’이 없다.
이 친구가 지금까지도 결혼할 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자기계발에 신경을 쓰지 않는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데이트를 나가도 고급 레스토랑으로 가거나 좋은 문화 활동을 찾기보다 대중식당에서 밥 먹고 자기가 좋아 하는 공포 영화를 보는 것으로 끝낸다.
대화 내용도 새로 나온 영화 이야기나 종교적 또는 사회적 이슈 정도. 그래서 친구들은 소개시켜 주고 싶은 여성이 있어도 나중에 재미없었다는 불평 들을까 봐 망설이게 된다.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감을 갖고 화끈하게 접근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그 친구를 볼 때 내가 오히려 더 답답하다.
얼마 전 한 교회 친구가 ‘올해 신년 결심은 결혼하는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 하지만 결혼은 하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마음이 통해야 만이 가능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만약 한국으로 간 내 친구가 이상형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자신감을 기르고, 활발한 문화생활로 자신을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 인간관계의 폭을 넓힘으로써 보다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신한다면, 자기가 기대하던 이상형보다 더 좋은 사람이 ‘홀연히’ 눈 앞 나타나리라 생각된다.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