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 주요 이론 중 하나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소립자를 관찰해 그 속도와 위치 중 하나는 알아낼 수 있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알아낼 수는 없다는 이론이다. 그 이유는 소립자를 관찰하기 위한 행동이 소립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찰한 다음 소립자는 관찰하기 전 소립자와는 이미 다른 속도나 위치를 갖게 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일상생활 주변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혼자서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 아이 방에 부모가 수시로 드나들며 열심히 공부하나 감시하면 아이는 오히려 반발심이 생겨 공부를 집어치울 수도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곳을 잘 운전해 가고 있는데 옆에 탄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면 일부러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뉴햄프셔 민주당 예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했다. 힐러리 본인도 놀란 모양이다. 그러나 제일 놀란 것은 언론들이다. 선거 당일 날 아침까지 여론 조사를 근거로 버락 오바마의 압승을 점치던 언론은 근소한 표 차이기는 하지만 힐러리가 이기자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1948년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 여론 조사에서 트루먼을 계속 리드해 온 ‘듀이 승리’를 헤드라인으로 뽑은 이래 보기 드문 망신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일부에서는 캠페인 도중 “어떻게 이 힘든 일을 하느냐”는 한 유권자의 질문을 받고 힐러리가 눈물을 보인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그 동안 표정 없는 로봇이자 냉혈한으로 알려진 힐러리가 인간적인 면모를 노출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됐고 동정표가 몰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변이 일어나는데 제일 큰 공을 세운 것은 언론이라는 주장도 유력하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 마치 결과가 나온 것처럼 떠드는 언론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어디 한 번 맛 좀 봐라’는 태도로 나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뉴햄프셔 주민들은 외부의 예측을 비웃는 결정을 내리는 전통을 갖고 있다. 1992년 선거 때 아이오와에서 참패한 빌 클린턴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것도 뉴햄프셔다. 빌 클린턴은 그 때 스스로를 ‘재기한 소년’(Comeback Kid)이라고 불렀다.
언론이 오바마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오바마 지지자들은 ‘내가 꼭 찍어야 할 필요가 없겠지’라고 생각한 반면 힐러리 지지자들은 ‘한 표가 아쉽다’는 생각으로 투표장에 몰린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추측일 뿐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유권자 하나하나를 모두 붙잡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투표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진리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인생은 놀랄 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사는 재미이기도 하다. 기차 시간표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만 일어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선거도 인간 삶의 일부이다. 이변이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것이다. 다가 올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선거 결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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