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들 유혹을 물리치고 깨달음을 얻었고
깨달음 얻은 뒤 열반 경지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향해 힘든 전법의 길을 떠났으니…
오는 15일은 성도재일이다. 부처님이 출가하고 설산 히말라야에서 6년간의 처절하고 긴 구도고행(求道苦行) 끝에 네란자라강에서 몸을 씻고 수자타로부터 유미죽을 공양받은 다음 보리수 아래 길상좌에서 선정에 든 날이다.
비로소 부처님이 되신 날이다. 부처님은 선정에 들고 일주일만에 새벽별을 보고 도를 이뤘다. 성도절을 앞두고 의미와 역사 등을 살펴봤다.
밤이 지나고 동쪽 하늘이 훤히 트기 시작한 새벽이었다. 이때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는 순간 싯다르타는 마음의 눈, 심안이 확연히 열리고 마침내 무상정등정각을 얻었다. 이로써 붓다가 되었다.
싯다르타의 나이 35세. 음력 12월8일 새벽 비성(沸星)이 뜨는 시각이었다. ‘깨달음에 이르기까지는 이 자리에서 죽어도 일어서지 않으리’ 라고 다짐하고 보리수 아래 선정에 든지 7일 만이다.6년 동안 설산에서의 고행을 거쳐 마왕 파순과의 집요한 공격과 유혹을 이겨내고,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괴롭혀 왔던 생로병사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돼 갔다.
성도날 부처님이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부처님은 초저녁, 한밤중, 새벽의 세 단계를 거쳐 마침내 새벽에 깨달음을 얻었다. ‘태어남이 있으므로 늙고 죽음이 생겨나며,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고 죽음이 생겨난다.
무엇이 있어야 비로소 태어남이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태어남이 생겨나는가. 무엇이 있어야 비로소 존재가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존재가 생겨나는가. 무엇이 있어야 비로소 취착이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취착이 생겨나는가.
무엇이 있어야비로소 갈애가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갈애가 생겨나는가. 무엇이 있어야 비로소 감수가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감수가 생겨나는가. 무엇이 있어야 비로소접촉이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접촉이 생겨나는가. 무엇이 있어야 여섯 감역이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여섯 감역이 생겨나는가. 무엇이 있어야 명색이 생겨나며, 무엇을 조건으로 명색이 생겨나는가.’
4선정에 들어 질문들에 하나씩 사색을 해나갔고, 마침내 찾아낸 근원에는 존재에 대한 무지, 어리석음(無明)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있다’는 연기의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그날 밤 새벽 부처님이 도달한 세 번째 지혜인 누진지(漏盡智)다.
깨달은 순간은 마치 구름이 걷힌 자리에 푸른 하늘이 나타나는 것과 같았다. 부처님은 ‘태어남은 부서지고 청정한 삶은 이루어졌다. 해야 할 일은 다 마치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알았다. 무명이 사라지자 명지가 생겨났고 어둠이 사라지자 빛이 생겨났다.
그러나 부처님은 자신 안에 생겨난 그러한 즐거운 느낌에도 사로잡히지 않았다. 〈중아함〉 ‘라마경’에서는 당시 부처님 열반의 경지를 이렇게 말했다. ‘생(生)은 이미 다하고, 청정한 수행은 이루어져, 소작(所作)도 모두 가려졌네. 다시 유(有)를 받지 않으며, 진여(眞如)를 알다.’
싯다르타가 보리수 나무 아래서 불도를 이루어 부처님으로 탄생한 날을 성도재일로 기리고 있다. 부처님의 성도의 의미를 돌이켜 보고, 깨달음의 의미를 강조하는 까닭에 성도일은 성도재일(成道齋日)이라고 한다.
또 지계를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아나감을 의미하는 ‘성도재산림(成道齋山林)’이라 칭하기도 한다. 〈불타 석가모니〉의 와타나베 쇼코는 부처님의 성도에 대해 “가장 뛰어난 인물(부처님)이 모르면 안 되는 것, 깨닫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이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이 모든 것을 한 찰라에 파악하는 최고의 지혜에 의해 가장 올바른 깨달음을 얻어, 마침내 부처님이 되었다.
이 최고의 깨달음을 한문으로 ‘무상정등각’이라고,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해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라고 쓴다”고 했다. 또 성도의 날에 대해서는 “부처님이 최고의 깨달음에 이른 것은 밤의 마지막 시각, 즉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찰라였다. 한역 경전에선 ‘샛별이 돋을 때’, 산스크리트어 원전에서는 ‘아루나’ 즉 붉은 기운을 띈, 새벽, 태양이란 의미를 갖고 있지만, 샐녘의 샛별, 즉 금성을 가리킨다고 본다”고 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날이기에 성도재일은 부처님 탄신일 못지 않게 중요한 날이다. 6년 고행을 거쳐 온갖 마왕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깨달음을 얻고 나서도 열반의 경지에 그대로 머물지 않고, 세상을 향해 힘든 전법의 길을 택한 분기점인 이유다.
사찰에서는 성도일 일주일 전부터 깨달음의 의지를 다지는 가운데 선원 및 강원에서는 가행정진을 행한다. ‘석가모니불’을 외며 정근하고, 음력 12월7일 밤부터 8일까지 철야정진을 통해 평소보다 가행정진을 함으로서 부처님의 6년간 고행의 수도의 과정을 되새기며 정각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각 사찰에서는 이날계를 받지 못한 신도들에게 계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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