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밤 우리 모두는 신년 카운트다운을 하며 새로운 한해를 시작했다. 초침이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 그간의 모든 걱정과 염려, 그리고 좌절을 뒤로 한 채 희망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한국과는 17시간의 시차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품고 있는 희망의 모습과 색깔은 한국에 있는 친지와 가족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간을 넘어서는 정서적인 공감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와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 안에서 각자 소망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현 방법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올 한해는 적어도 한가지에 서만은 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한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은 FTA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간의 우의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는 양국 의회 인준을 통한 구체적인 협약의 실현이 기대된다. 따라서 올해 출범할 새로운 한국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대미관계를 풀어나갈지가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관심사라 할 수 있다.
분단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었겠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정권들은 지나치게 이념에 기초해 왔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로 이어진 이념 전쟁 속에서 ‘적’과 ‘동지’는 쉽게 구분되었고 양극화는 심한 갈등을 초래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념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최근까지도 우리는 이념적인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다 좁은 국토 안에서의 지역적 갈등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모든 면에서 협력과 우호보다는 투쟁적이며 대결적인 구도를 그려왔다.
새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될 당선인은 이러한 이념적인 대결구도 내에서 생존해 왔다기보다는 실물경제 속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견인해 온 인물인 만큼 임기 동안 경제적 실리성과 효율성에 바탕한 정국운영을 해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동안 문제가 돼 온 그의 도덕성 시비를 잠재울 수 있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신문지상이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국민들의 정서는 여전히 불신과 비방이라는 소모적인 감정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이 선택한 사람에 대한 강한 믿음이 부족한 것 같다. 한 명의 후보자로서의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감정들은 선거가 끝나고 그가 대통령으로 선택된 이상 표현을 당분간은 유보하는 현명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정부와 이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지지하는 국민들이라면 세계 어느 국가라도 우리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의 FTA에 있어서도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점점 심해지는 H1비자 쿼타 부족문제도 싱가포르나 칠레처럼 개별적으로 배정되는 쿼타를 넉넉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비자를 받기 위해 세종로의 미 대사관 앞에서 길게 줄 서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더욱 발 빠르고 경제적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작고 강한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의 이념 투쟁에 소모되었던 국가 에너지를 국민들의 기쁨과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쏟아 부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미주 한인사회도 모든 형태의 대결구도를 지양하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또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방관이나 비난보다는 지금보다 더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도록 관심과 애정을 지녔으면 한다.
매년 새해를 맞지만 올해는 이 같이 좀 더 거창한 희망을 품어 본다. 서로가 한 가지 방향과 목표를 바라보며 협력해 가는 한국민들. 17시간이라는 물리적 거리는 대륙이 움직이지 않는 한 변할 수는 없겠지만 올 한해 동안 고국과 이곳 한인들 간의 심리적 거리는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김유정
법무법인 ‘비전’ LA지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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