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아이오와 주 별명의 하나는 ‘키 큰 옥수수 주’다. 케빈 코스너 주연의 영화 ‘꿈의 들판’(Field of Dreams)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른 키보다 큰 옥수수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21세기 첨단 테크놀로지 사회와는 동떨어진 채 순박한 농부들이 주로 살고 있는 아이오와는 요즘 근래에 드문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곡물류 가격 급등으로 농부들 수입이 크게 오른 데다 에타놀이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와는 미국 에타놀 생산의 수도다. 거기다 지난 수년간 주택 버블이 없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피해도 없다.
곡물이나 에타놀 수입업자 말고도 화씨 영하 수십도 밑으로 떨어지는 강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발에 불이 나도록 아이오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올 대선에 나선 대통령 후보들이다. 요즘 아이오와 주민들은 툭 하면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가 건 전화를 받는다. “내 아내 힐러리가 참석하는 집회에 꼭 좀 나와 달라”거나 왜 오바마에게 한 표를 찍어야 하는가를 친근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물론 이들이 직접 전화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원 봉사자들이 이들의 육성 메시지를 집집마다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화보다 아이오와 주민들을 귀찮게 하는 것이 있다. 온갖 정치 홍보물이다. 성조기 위에 나부끼는 멕시코 국기, ‘불법 체류자 환영’이라고 적힌 매트 위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 ‘후안 도’라고 이름 적힌 소셜 시큐리티 카드 등등.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쟁점은 불법 이민을 어떻게 막느냐 하나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마다 자신이 이들을 엄단하는데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불과 얼마 전 공화당 토론회에서 불법 이민자 자녀들의 인도적 처우를 주장하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당선되면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제 대학을 나오거나 군대에 가면 시민권을 주자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청소회사에게 자기 집 잔디를 깎게 했다 말썽이 난 미트 롬니와 한 때 이 문제에 비교적 관대했던 루돌프 줄리아니마저 경쟁적으로 불법 이민에 철퇴를 내리겠다고 나오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의 한 명으로 지목되던 존 맥케인이 맥을 쓰지 못하는 것도 과거 이들에게 시민권을 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수적인 백인이 다수인 아이오와에서 불법 이민을 물고 늘어져 이겨보자는 속셈이지만 그런 식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본선에서는 비싼 대가를 치를 공산이 크다. 라티노를 비롯한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이 열쇠를 쥐고 있는 콜로라도, 애리조나, 뉴멕시코, 네바다 등 소위 ‘스윙 스테이트’ 본선 때 어디 두고 보자며 벼르고 있다. 올 공화당 대선 주자 중에 1994년 불법 체류자를 적으로 돌린 프로포지션 187 이후 영원한 소수당으로 전락한 가주 공화당의 교훈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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