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지웅, 박양규, 안창섭, 유근배, 조인철, 민경호, 한동일, 백승민, 이동욱씨.
UC버클리 2년 마치고 귀국하는 세계유도챔프 조인철 교수
늑막염 이겨내고 세계챔피언 됐듯이
지긋지긋 영어를 들어매친 후련함도
“한국 남자유도의 간판 조인철(25, 용인대)이 2001 뮌헨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지난 99년 세계선수권과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한 한국 유도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6년 전 여름, 한국 유도계는 적이 흥분했다. 언론도 덩달아 흥분했다, “한국 유도의 희망 조인철”이란 제목으로 아직도 인터넷 세계를 둥둥 떠다니는 어느 언론매체의 당시 기사처럼.
1997년 파리세계선수권 금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뮌헨에서 다시 금메달을 따내며 잠시 우울증에 빠진 한국 유도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조인철 선수는 그러나 한창 나이에, “조인철과 함께 한국유도 새 희망을” 노래하던 그해 가을 매트를 떠났다.
어안이 벙벙해진 팬들은 그제서야 그가 유도선수는 고사하고 그냥 일상생활도 버거운 늑막염을 딛고 세계정상을 호령한 수퍼집념의 사나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두들 아쉬워하면서도 더 뜨거운 박수를 그에게 보냈다.
충북 청주 교동초등 4학년 때 유도복을 입은 뒤 중고교 시절부터 전국무대를 휩쓸고 결국세계정상에 거듭 섰던 ‘선수 조인철’은 2002년 초부터 모교 용인대에서 ‘교수 조인철’로 후배지도에 나섰다. 상대선수를 들어매치기 이전에 ‘내 몸 안의 악재’와 먼저 싸워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세계최고봉을 밟은 그의 꿈은 ‘선수 조인철’을 능가하는 ‘지도자 조인철’이었다.
2006년 해가 밝자마자 2년 예정 방문교수 자격으로 그가 UC버클리로 날아온 것도 그 일환이었다. 2년 유학을 마친 그가 새해(2008년)가 밝으면 귀국길에 오른다(1월4일). 그를 환송하는 자리가 28일 저녁 오클랜드 삼원에서 마련됐다. 세계무도계의 거목 민경호 UC버클리 종신 명예교수와 안창섭 UC버클리 국제무도연구소장, 유근배 전 SF한인회장, 박양규 전 SF체육회 부회장, 한동일 북가주용인대 동문회장 등 동문선후배들이 마련한 이 자리에서 민경호 박사는 말했다.
“그동안 여러사람을 봤지만 운동에 성공하는 사람은 달라. 집념이 있어, 뭔가 이뤄보겠다는. 거의다 놀다 가는데…”
2년 전 처음 올 때 거의 왕초보 영어도 겨우 더듬거리던 조인철 교수가 이제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설 정도가 됐다며 건네준 덕담 겸 칭찬이었다. 조인철 교수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려면 (영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은퇴한 뒤에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기는 했는데” 막상 와보니까 안되더라며 “그러나 여기(UC버클리) 와서 열심히 하니까, 한 1년 3, 4개월쯤 되니까 세미나에서 발표도 하고 질문에 답변도 하고 하겠더라”고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겸손을 잃지 않은 채 “지금도 잘은 못하지만 영어로 내 의사를 말하는 데까지 도달했다는 것이 제게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데서는 상대선수보다 더 지긋지긋한 ‘영어를 들어매친 후련감’ 같은 것이 짚혀졌다.
그의 UC버클리 방문교수 2년의 수확이 영어만은 물론 아니었다. “UC버클리에서 특징적인 것이 무한경쟁,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도) 끊임없이 경쟁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끊임없이 개발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의 제자들과 UC버클리 제자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일단 취미로 하기 때문에 기술습득보다는 유도가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데 중점을 뒀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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