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설날, 1년에 딱 이틀 쉬면서 일했어요. 그렇게 1년 363일을 일하며 계 들어 10만달러를 모았는데, 그 돈을 거의 다 날렸어요”
자바에서 15년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60대 주부 M씨가 분통을 터트리며 하는 말이다. 4~5년 동안 알고 지낸 막내 동생 같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행적을 감춰 버린 것이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안면 있는 사람들에게 빌리고 갚고 하는 것은 일종의 상부상조이다. 대개 계모임을 통해 목돈을 만들고, 계 탄 돈을 서로 빌려주며 이자를 부수입으로 챙기는 것도 한인 상가에서는 흔히 있는 일. 돈이 잘 돌아갈 때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고들이 터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동반해 빌려갔던 돈을 못 갚거나 안 갚고 도망가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 여기고 목돈을 빌려줬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돈 잃고 사람 잃는 지옥을 경험한다. M씨는 분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다가 별안간 혈압이 오르면서 모세혈관이 터져 한쪽 눈이 멀었다.
“2년 전부터 (그 사람이) 5,000달러도 빌려가고 1만달러도 빌려가곤 했어요. 그리곤 바로바로 돌려주면서 이자까지 챙겨주더군요. 다운타운에서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 믿을 만 했고, 이자 받는 맛에 계속 돈을 빌려주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빌려준 돈이 5만달러가 되면서 느낌이 안 좋았다. “너무 액수가 커졌다” 싶어 돈을 회수하려 했지만 상대방은 “곧 계 탄다” “다음 주면 된다”며 미루고 둘러대는 동안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게 되었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가을부터. 수소문해 보니 “그 사람 사업 이미 망했다. 남의 돈 끌어다 다른 데다 사채 놓다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었다. 2달반 동안 비즈니스도 뒤로 한 채 그를 찾느라 ‘거의 미친 듯이’ 헤맸지만 동부로 갔다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 돈을 찾을 길은 없었다.
“깍쟁이 노릇하며 알뜰살뜰 살아왔는데 이자 몇 푼에 혹해서 이런 일을 당했어요”
8년 전 남편과 사별한 그는 “나이 들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푼푼이 모은 것이 허사가 되었다며 허탈해 했다.
그가 알아본 바로는 같은 사람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 10여명. 하지만 모두 서류 한 장 없이 안면으로 돈을 내어주었으니 어디다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게다가 주로 여성들이 남편 몰래 모아두었던 돈이어서 피해를 입고도 쉬쉬 하는 상황이다. 남편에게 알려지면 가정파탄이 날까봐 두려운 것이다.
‘아는 사람끼리’ ‘믿는 사이에’… 하며 구두로 빌려준 돈, 계약 때문에 생기는 말썽은 한인사회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웃는 얼굴로 시작한 일이 종종 돈 잃고 사람 잃는 비극을 초래한다. 새해부터는 확실히 뿌리내려야 할 게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돈 거래나 계약은 반드시 서류를 구비하는 습관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