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애그플레이션 ‘가장 위험’
올해는 미 월스트릿 역사상 위험관리에 실패한 해로 남게 됐다. 지난 2월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주택경기 둔화로 미 금융시장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24일 위험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요즘, 내년 5대 위험 요소를 짚어봤다. WSJ는 미 경기침체를 가장 위험한 요소로 지목했지만, 금융시장은 애그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적극적으로 경기침체 방어에 나서지 않을 상황을 더 우려했다. 신흥경제국의 증시 거품과 높아진 변동성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이와 함께 미국 금융주를 저가 매수하려는 행동도 섣부른 판단으로 지적했다.
▲두려운 건 경기침체, 더 두려운 건 애그플레이션
금융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위험은 미 경기침체 가능성. 미 경기침체는 미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수출기업의 실적을 해치는 악재다. 또 미 금융가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과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모두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WSJ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은 38%로 나왔다.
최근까지 경제지표와 자료들은 뚜렷한 향방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전문가들은 확률을 50 대 50 정도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방향등인 경제지표가 동시에 양쪽 깜빡이를 넣고 있어 판단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주 11월 개인지출은 2년반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반면 인플레이션 지표인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율 2.2% 상승해 연준의 안심권을 이탈했다.
▲애그플레이션, FRB 기동력 제한
월스트릿이 경기침체보다 더 걱정하는 점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FRB가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다.
특히 농산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는 점이 증시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되고 있다. 11월 소비자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4.8% 급등해, 17년 만에 최대 폭 상승했다. WSJ은 부자로 만들어 줄 순 없지만 인플레이션 방어적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 국채가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밖의 거품, 인도 중국 증시
미 주택경기 거품이 터진 상황에서, 해외 금융시장에 거품이 끼면서 신흥경제국 증시에도 거품 경고등이 들어왔다.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미국을 제외한 뮤추얼펀드 자금 순유입 규모는 2,730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97억7,000만달러였다.
신흥경제국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이들 주가가 폭등한 것은 사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를 잣대로 삼는 중국 펀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무려 46.4배다. 인도 센섹스 3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PER도 26.4배가 된다.
▲저가매수?, IT거품 3년 갔다
저가매수의 위험을 지적하는 증시 격언으로 `떨어지는 칼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최근 금융주의 낙폭이 지나치다며 미국 증시에서 저가매수 바람이 인 적 있지만 이는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격이 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신용경색 상황이 지속되면서, 금융주가 더 떨어지거나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기업 거품이 터진 이후 나스닥 종합지수가 2003년까지 맥을 못 췄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바닥이라고 점치는 것은 섣부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모기지 대출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에 주당 18달러씩 총 20억달러 투자했지만, 현재 컨트리와이드 주가는 9달러 밑에서 거래 중이다.
▲높아진 변동성, ‘100포인트 우습다’
누구나 대세 상승을 점칠 수 있었던 호시절은 갔다. 지난 2월과 7월에 높은 변동성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 불안심리는 증시의 변동성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점에서 악순환이다.
올해 7월1일 이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8일 동안 최소 100포인트 이상 움직였다.
올해 상반기에 100포인트 이상 움직인 날이 21일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증시 변동성이 고조됐을 때, 투자자들은 앞날의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이 과잉 대응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이 같은 경향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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