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페인과 투표에 관한 미국 조크가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어느 연방 상원의원이 트럭에 치어 죽어 하늘나라로 올라갔다고 한다. 천국 문 앞에 서 있던 성 베드로가 그를 맞더니 “이런 높은 공직자는 천국에서 별로 본적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지옥에서 하루, 천국에서 하루를 보낸 후 한군데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는 내키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밑으로 내려 가 지옥에 도착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초록의 골프장이었다. 멀리 클럽하우스가 보이고 생전에 같이 일했던 정치가들, 친구들이 다 모여 있었다. 모두 반갑게 인사하며 화기애애하게 친선 골프를 치고 랍스터와 캐비아, 샴페인으로 식사를 했다.
악마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친절하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어울렸다.
하루가 지난 후 그는 아쉬운 마음으로 지옥을 떠났다. 다음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 천국에 도착했다. 평온한 영혼들과 하프를 켜고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또 잘 보냈다.
그러고 나자 베드로가 “어느 곳을 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상원의원은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천국도 좋지만 나는 아무래도 지옥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평온한 천국 보다 재미있는 지옥을 택한 것이었다.
다시 지옥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온 그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골프장은 사라지고 쓰레기 더미 폐허에서 친구들은 불쌍한 몰골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악마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제는 선거 캠페인 중이었거든. 오늘 자네가 투표를 한 거지”
선거공약으로 온통 장밋빛이던 세상이 투표를 하고 나자 현실로 돌아온 것이었다. 온갖 멋진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했던 상원의원이 저승에 가서 똑같은 방식으로 벌을 받은 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국 대선이 끝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건들이 터져서 표밭이 뒤흔들리는 게 아닌 가 했지만 이번처럼 표심이 요지부동인 적도 드물다. 어떤 변수도 변수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소귀에 경 읽기’ 식의 지지층이 두터운 덕분이었다.
유권자들의 이런 ‘의리’는 흔히 있는 일이기는 하다. 좋아하는 후보는 잘못을 해도 이해가 되고, 싫어하는 후보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세워도 트집을 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이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심리적 배경이 있다.
미국에서 선거 전략가들과 심리학자들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뇌 반응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각각 지지하는 후보와 반대하는 후보의 사진을 보여주자 전자에는 뇌의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이, 후자에는 이성을 관장하는 부분이 반응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지후보에 대해서는 감정이 먼저 끌리고 반대 후보에 대해서는 따지고 비판하고 싶은 마음에 이성이 움직인다는 해석이다.
한국이 새 지도자를 선택했다. 공약으로만 보자면 장밋빛이다. 캠페인 때의 ‘골프장’이 선거 후에도 여전히 ‘골프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앞으로 5년, 숨 돌릴 틈 없이 문제가 터져 나오는 ‘쓰레기더미의 지옥’ 이 되지나 않을 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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