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가주 불자연합 송년법회 및 나눔의 장
저 위쪽 새크라멘토지역 불자들도 2시간 거리를 멀다 않고 내려왔다. 저 아래 몬트레이지역 불자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올라왔다. 샌프란시스코 노스베이 이스트베이 실리콘밸리 등 베이지역 불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온갖 간난 속에서 19년동안 변함없이 월간 <미주현대불교>를 발행해온 김형근 사장은 뉴욕에서 날아왔다. 북가주 불자들에게 2차례 근본교리 특강을 한 전남대 철학과 이중표 교수 부부도 자리를 같이했다.
9일(일) 오후 4시쯤부터 9시쯤까지 무려 5시간동안 유니온시티 서던알라메다 불교사원에서 열린 ‘제2차 북가주 불자연합 송년법회 및 나눔의 장’에는 약 500명(카이바 추산, 주방 공양팀 및 옆방 어린이들 포함)이 모였다. 모여서 부처님 법을 만난 고마움과 기쁨을 나눴다. 나눠서 그 고마움과 기쁨은 두 배가 되고 세 배가 됐다.
◇ 제1부 송년법회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돈오 스님(보리사)의 목탁소리, 지혜심 보살과 신규영 거사와 두 소녀불자(허나영 정세희)의 협주(24)에 맞춰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불자들이 부르는 삼귀의는 언제나처럼 은은하고 경건했다. 찬불가 제창과 반야심경 봉독에서도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들이 몽글몽글 송글송글 배어나와 상가홀(메인 행사장) 안쪽 근 200석 빈 자리까지 잔뜩 번지고 가득 채웠다.
그래서일까. 연혁보고 뒤, 부재중인 이석찬 SF한인회장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전동국 부회장이 뜻밖에 법문 같은 축사를 했다. “생활 속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북한의 한민족까지 사랑하는…부처님께서 세속적 영광을 버리고 자비로 대하셨듯이 우리도 화엄의 세계를 세워봅시다. 이어 수원 스님(여래사), 지연 스님(정원사), 대석 스님(삼보사), 보광 스님(전등사), 형전 스님(보리사), 동진 스님(영화사), 동호 스님(UC버클리 박사과정), 동호 스님을 만나러 왔다가 행사장에 들른 감로 스님, 여준 스님(리노 보리사)이 차례로 끝자락에 선 올 한해를 정리하고 성큼 다가온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를 다시금 여미는 인사를 했다. 절보다 먼저 북가주에 와 불씨를 심고 불심을 싹틔우고 불꽃을 피우는 등 불교마을 가꾸기에 청춘을 다 바친 이윤우 법사는 재가불자를 대표해 감개무량 축사를 보탰다. 이상운 거사와 여여심 보살이 진행(3)을 맡은 1부는 공지사항과 사홍서원으로 막을 내렸다.
사물놀이패, 정율 스님, 합창단 등 ‘초대받은 프로들’ 솜씨과시
◇ 제2부 문화행사
처음은 고요했다,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 성불사 풍경 소리처럼. 쿠퍼티노 고교생 주축 6인조 사물놀이패(13)는 금세 와장창 몇 옥타브 높이는가 싶더니 이내 소리를 낮추고 호흡(리듬)을 골랐다, 건넌 마을 잠든 아기 깨울세라 조심조심 두드리는 시골아낙 다듬이 소리처럼. 잦아들 듯 휘몰이. 꽹과리 하나, 북 둘, 장구 둘, 징 하나. 사물 여섯이 빚어내는 소리는 풀렸다 감겼다 솟구쳤다 내리쳤다 갈라졌다 뭉쳐졌다, 거기에 객석의 박수와 추임새 장단까지 어울리면서 장내는 금방 흥취마당이 됐다.
본보 이민규 사업국장 사회로 진행된 2부 첫머리를 사물놀이패가 휘저어놓고 물러선 뒤 정율 스님(2)이 무대에 올랐다. 대한민국 음성공양 제1인자. 지난 5월 석탄일 연합 봉축법회 때 그 명성을 입증한 스님은 노래(‘향을 사뤄 몸을 태워’ ‘신 아리랑’) 이전에 눈빛으로 이미 모든 것을 압도했다. 모든 것을 다 바쳐 끊어질 듯 더 이어지고 내려올 듯 더 올라가며 청중을 한껏 사로잡은 그의 노래는 이제 소절과 소절 사이 소리나지 않는 호흡고르기 쉼표로도 능히 장내를 제압했다.
예저제서 터져나온 앵콜은 요청이 아니라 성화였다. 봄 행사 때 그랬듯이 스님은 이번에도 다음을 기약하며 무대를 내려갔다. 스님의 제자들 ‘북가주 합창단(1)’이 대신 앵콜성화에 화답했다. 혼자서 여럿이 되어 춤사위(승무, 14)를 펼친 고미숙씨에 이어 무대를 점령한 합창단은 여럿이 하나가 되어 ‘길을 갑니다’ ‘불자 행진곡’을 멋진 화음으로 빚어낸 뒤 ‘오늘은 기쁜 날’을 앵콜송으로 선사했다.
고려대 체육과 루시 유씨의 창작무용(풀잎소리) 뒤 마이크를 잡은 불자가수 우정안씨(5)는 ‘멋진 인생’ ‘남자라는 이유로’ 두 곡을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고, 북가주에서 야심찬 비즈니스(밀피타스 팜스가든)를 시작한 초청가수 허성희씨(7)가 자신의 히트곡 ‘전우가 남긴 한마디’와 ‘사랑의 공동체’ ‘멈추지 않는 사랑’을 불러 흥을 돋웠다. 달아오른 분위기는 루시 유씨가 다시 등장해 하인체 소리아노씨와 함께 경쾌하고 아슬아슬한 라틴댄스(9)를 선보이며 더욱 고조됐고 그 가운데 2부의 마침표가 찍혔다.
웃음폭탄 펑펑펑, 박수갈채 짝짝짝…배꼽탈출 마무리 신명잔치
◇ 제3부 나눔의 장
영원주 보살 등 공양팀이 정성스레 준비한 저녁식사 뒤 나눔의 장이 펼쳐졌다. 젊은불자연합회(KAYBA, 공동회장 유태원 신지호)는 역시 북가주 불교마을의 보물단지였다. 행사장 사전정리(물론 사후정리까지), 주차장 안내와 출입구 안내, 행사도중 경품추첨과 상품배달 등 도우미군단 역할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3부 들머리에 무려 3팀이 연속 무대를 차지하고 춤으로 노래로 대번에 화덕을 데웠다. 특히 안재용씨는 전속무용단까지 이끌고 능숙한 제스처를 써가며 ‘무시로’를 기차게 불러제친 뒤 바람처럼 무대에서 사라졌다(15).
SF정토회 허성호 총무의 딸 허나영 양은 눈 내리는 겨울을 그리는 북가주 사람들의 마음을 퍼올리듯 클라리넷으로 ‘프로스티 더 스노우맨’을 연주해 박수를 받았고(6), 정원사의 어린이 불자들은 천진난만 표정과 꾸러기 동작을 곁들여 숫자송과 어린이연꽃을 선사했다(22). 후반에는 몇몇 엄마불자 이모고모 불자들도 꾸러기 불자들 틈에 섞여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춰 호응을 얻었다.
미국나이 여든 셋, 한국나이 여든 다섯. 그래도 불자연합 산행 때면 어김없이 참가해 깔끄막 산길을 이팔청춘처럼 날아다니는 황기준 거사(정원사)는 그 옛날 유행했던 ‘엉터리 종합뉴스’를 산행걸음 못지 않게 산뜻하고 맛깔스레 전달, 아날로그세대엔 향수를 달래주고 디지털세대엔 호기심을 자극했다(8).
이윽고 삼보사 숙희 보살과 수덕화 보살의 무대(11). 연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숙희 보살이 ‘수덕사의 여승’을 부르는 동안, 그 옆 수덕화 보살이 객석에 눈길도 주지 않고 무대바닥만 내려보며 벌 받는 사람처럼 서 있는 품새가 하 수상했다. 반란은 ‘수덕사의 여승’이 ‘아파트’로 들어서면서 곧장 나타났다. 아파트 계단(전주곡)에 들어서면서 뒤로 돌아 주섬주섬 뭔가 꺼내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서니 밤중에 한복에 선글래스. 가사를 적은 종이를 펼쳐들었지만 조명이 어두운데다 짙은 선글래스까지 끼었으니 더욱 가물가물할 수밖에. 에라 모르겠다는 듯 두 보살은 치마 속으로 땅벌떼라도 습격한 듯 다리를 부들 떨며 치마를 탈탈 터는 막춤으로 객석 곳곳에 배 떠난 배꼽들이 무더기로 나뒹굴게 했다(숙희 보살은 한국왕복 항공티켓을 경품으로 받아 웃음 주고 행운 받는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
배꼽들이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주인 찾아 엉금엉금 귀가길에 오르게 만든 것은 뒤이어 흘러나온 홍련화 보살(불광사)의 노래. 당초 스케줄에는 없었으나 주변의 강추(강력추천)로 부랴부랴 무대에 오른 홍련화 보살은 ‘울면서 후회하네’를 끝내주게 불러, 주변의 강추가 없었다면 모두들 정말 울면서 후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10).
다음, 정원사 지연 스님의 등장도 이날 행사의 또다른 백미였다. 스님은 “자꾸 우리 신도님들이 하라 하니까라고 엄살을 부렸지만 전주곡이 흘러나오자 안그래도 웃음꽃 번진 얼굴이 더욱 함지박으로 변하더니 “정 주지 않으리. 주지 스님은 정을 주지 않겠다고 목심줄이 불거지도록 열을 내는데 김정현 신도회장 등 정원사의 거사-보살 3쌍6인 무용단은 정을 잔뜩 주는 눈길로 서로를 응시한 채 이리 살살 저리 슬슬 밀고당기며 무대를 갈아엎었다. 객석까지 뒤집혔다, 내색을 말아야 할 심사위원들마저 앵콜을 외쳐댔으니(19).
그런데 웬걸, 정 주지 않겠다는 스님의 비장한 결심에 어깃장을 놓은 이들은 3쌍6인 무용단뿐만이 아니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영화사 조상희 보살은 머리띠처럼 선글래스를 머리위에 눌러쓰고는 농익은 제스처를 섞어가며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가슴에 멍이 든 ‘동백아가씨’를 도무지 뿌리치지 못하게 아리도록 불렀다(12).
아사사한 기운은 보리사의 엄마아빠 딸아들 불자들이 무대로 신속하게 진군하면서 이내 퇴각했다. ‘부처님을 사랑해’ 노래에 맞춰 경쾌한 율동으로 무대를 다잡은 이들이 끝자락에 사랑의 표시로 양 손을 머리위에서 오므려 하트모양을 짓는 순간, 청중은 박수로 화답했다(21).
이번엔 다시 삼보사. 작년에 왔던 라인댄스팀이 잊지도 않고 또 나왔다. 영원주 보살 등 삼보사 사람들은 객석 맨 앞에 나란히 앉은 스님들 앞에 엉덩짝을 여지없이 들이미는가 하면 바닥을 톡톡 치며 호흡만점 라인댄스를 과시했다(18).
마지막 타자는 정원사의 김순이 보살. 노래방에 어지간히 돈을 갖다바치지 않으면 박자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은 ‘황혼의 엘레지’를 똑부러지게 부르는 동안, 세상 모르는 서너다섯살 어린이가 덩달아 무대에 올라 그 어려운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끄덕 다리를 흔들흔들 웃음을 자아냈다(16).
또 있었다. 심사결과 집계를 틈타 1부 사회자 이상운 거사가 온갖 영어 다 섞은 메이드-인-USA ‘떠나가는 김삿갓’을 열창, 막바지 폭소불길에 막바지 기름을 확 뿌려줬다.
정 주지 않겠다는 지연 스님과 3쌍6인 무용단에는 그러지 말고 정을 듬뿍 주라는 듯 ‘보시바라밀상’이 주어졌고, 그리움에 지쳐 가슴에 멍이 든 조상희 보살에게는 오지 않을 사람 기다리지 말라는 듯 ‘지계바라밀상’이 안겨졌다. 카이바 멤버들에게는 ‘인욕바라밀상’이, 홍련화 보살에게는 ‘정진바라밀상’이, 보리사 무용팀에는 ‘선정바라밀상’이 각각 주어졌다.
시상식 뒤 수원 스님은 준비위원들과 진행위원들을 무대에 오르게 해 그동안의 노고에 각별한 감사를 표했다(23).
오후 9시 조금 넘어서까지 4시간동안 고마움과 즐거움을 나눈 참가자들도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카이바 회원들과 함께 밤 10시쯤까지 행사장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한 뒤 귀가했다.
행사준비 과정에서 준비위원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각별히 노력한 이상운 거사 부부, 행사 내내 어린이방에서 어린불자들을 돌보면서 재미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형전 스님과 관음행 보살과 한글교사 5명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는 계속된다. 일요일 오후 휴식을 마다하고 그 자리를 찾아 함께 웃고 정을 나누며 성공적 행사가 되게 한 모든 참가자들에게도.
<정태수/배경순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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