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3가 그로브 몰 인근에 위치한 한 고급 콘도 단지. 월세만 3,000달러를 넘는 이 아파트는 얼마 전 한글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한인 입주자 유치에 나섰다. 웹사이트에는 어떤 고급 가구가 비치돼 있는지부터 주방시설은 어떤지에 이르기까지 한글로 된 상세한 정보들이 올라 있다. 이 콘도는 한국에서 원정출산을 오는 부유층 임신부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태어날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기 위한 원정출산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이 문제가 미국 시사주간지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한때 주춤하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원정출산이 워낙 늘어나다 보니 강남 중심가의 사립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절반가량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과거에는 원정출산이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중산층 원정출산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오렌지카운티 일부 한인교회는 원정출산과 관련한 정보 교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비용문제에 부담을 느끼는 중산층 산모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숙박관련 정보들이 이곳에서 주로 교환된다.
원정출산이 많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산모들 입장에서 주위의 시선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그래서 최근에는 미 본토보다 괌으로 원정출산을 떠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워낙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남의시선을 의식할 일도 별로 없고 체류비용도 본토보다 저렴해 인기 원정출산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원정출산이 한국사회의 정서에 맞지 않는 측면은 있지만 불법은 아니다. 한때 원정출산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임신부의 출국을 막는 것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에 어긋나고 성차별 소지도 있다는 반론에 밀려 철회된 상태이다.
또 미국정부 입장에서도 원정출산을 막을만한 법적인 근거는 없다. 몇년 전 미국사회에서 한국 임신부들의 원정출산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산모 6명이 미국에서 출산한 후 국무부에 한꺼번에 여권을 받으러 갔다가 아기들의 주소가 모두 똑같은 것이 드러나면서 여권 사기조직과의 연계 의혹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뿐 입국목적이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었다. 원정출산에 대해 “미국을 고향처럼 가까이 여기는 계층의 친정출산”이라는 비아냥도 없지는 않지만 이런 비난 속에서도 원정출산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원정출산 임신부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한 한인은 이렇게 말한다. “원정출산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지만 결국은 미국사회의 브랜드 파워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장래 주거와 교육환경이 한국보다는 미국이 낫다는 판단들을 하기 때문에 이역만리 날아와 아이를 출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비자들의 선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지구촌이 점차 하나로 묶이고 있는 글로벌화 추세와 이런 의식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원정출산은 갈수록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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