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등학교에 명문대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학생 A와 B 둘이 있었다. 이 대학은 한 사람밖에 학생을 뽑지 않는 학교였다. A라는 학생은 품행은 방정하지 않았지만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고 일도 잘 했다. 앞장서 학교 주변 환경도 정화하고 교통난도 해결했다.
반면 B라는 학생은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다. 인기도 형편없고 해 놓은 일도 없고 믿을 것이라고는 동네에서 소문난 사기꾼이 A와 함께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고 돌아다닌다는 소문밖에 없었다. B는 학교 당국에 이를 고발하고 자기 동료가 고른 선생에게 조사를 맡겼다. 조사 결과 소문난 사기꾼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고 A가 사기를 쳤다는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B는 학교 당국을 규탄하고 촛불 시위를 벌이며 조사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학의 입학 사정관이 볼 때 A와 B 어느 쪽이 뽑고 싶은 학생일까.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범여권은 5년간의 집권 프리미엄에도 불구, 야당 지지율의 절반을 넘어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여권 대통령 후보 누구도 지난 5년간 뭐가 잘못돼 국민의 지지를 잃었으며 앞으로 이를 어떻게 고치겠다고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들이 오직 목을 맨 것은 수백 억 투자자금을 횡령, 해외로 빼돌리고 여권을 위조해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준이라는 사람 입 하나였다.
김경준이 어떻게 해서든 이명박 후보를 사기 공범으로 몰아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해주기만을 바란 것이 선거 전략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이라고 김경준이 예뻐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푸라기는 역시 지푸라기로 끝났다. 검찰 수사 결과 이명박 후보에 아무런 혐의가 없으며 김경준이 이면 계약서를 조작하고 BBK가 100% 자기 것임을 시인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을 모두 녹화, 증거를 남김으로써 뒤에 김경준이 다시 말을 바꾸는 길을 봉쇄했다.
사태가 이쯤 됐으면 BBK는 그만 덮고 이제라도 정책 대결로 나가는 것이 상식일 텐데 범여권은 거꾸로 검찰을 공격하며 ‘국민의 저항’과 ‘특검법 도입’을 운운하고 있다. 지금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은 범여권의 기수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는 증거를 덮고 야당 편을 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인데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 사기꾼의 한마디에 모든 것을 걸었다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는 범여권의 모습은 보기에 딱하다. 그래서 국민들은 범여권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이회창의 행보다. 그는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후 끼어들기 출마를 감행하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었다. 그런 그가 검찰 발표 후에는 여권보다 더 격렬히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처음부터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노욕이 보기 추하다. 모두들 지금부터라도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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