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거짓말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평소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평범하고 성실한 보통의 사람들이 불쑥 불쑥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 이 계절이다.
연말은 모임과 선물, 샤핑과 보너스의 시즌. 슬쩍 슬쩍 거짓말을 할 만한 계기들이 한데 몰려있는 시기이다.
우선 남성들에게 가장 흔한 거짓말은 술값과 보너스. 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1차, 2차 하다가 술김에 분에 넘치는 액수를 카드로 호기롭게 긁고 나면 당장 들이닥칠 것이 아내의 잔소리. 회사원 A씨는 기지(?)를 발휘했다. 크레딧 카드 청구서에서 술값 항목을 가리고 감쪽같이 가짜 청구서를 만든 것이었다. 일단 아내의 눈은 속였지만 술값 갚느라 다시 몇 번의 거짓말을 해야 했다.
직장인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또 보너스 챙기기. 보너스를 현금으로 바꿔 쓰고 배우자에게는 아예 보너스가 없다고 하거나 액수를 줄이는 거짓말이다. 남성들이 단골이지만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비자금을 좀 챙겨 두어야…”라는 것이 이들의 해명이다.
그런가 하면 여성들의 대표적 거짓말은 물건 값이다. 샤핑을 하다 보면 계획에 없던 지출을 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 세일을 해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시는 이런 제품 못 만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사들이다 보면 떠오르는 것은 남편의 잔소리. 물건 값을 절반쯤 깎아서 남편에게 말하기도 하고, 새로 산 옷을 옷장 속에 걸어놓고 오래 전에 산 것인 척 하기도 한다.
주부들에게 흔한 또 하나의 거짓말은 친정과 관련된 일이다. 연말을 맞아 친정 부모나 형제들에게 돈이나 선물을 보내고 싶은데 남편의 눈치가 보이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상대방을 속였다는 점에서 나쁘지만 부부 사이에 이 정도의 거짓말은 애교로 넘길 만도 하다. 거짓말이 대인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몇 년 전 매서추세츠 대학 연구진이 10대들을 대상으로 거짓말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의 교우관계, 관심도, 학업 성취도 등을 취합해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기도를 먼저 평가한 후 간단한 실험을 했다. 음료수를 한잔 준 후 그 음료가 맛있는지 물으며 학생들의 응답 태도를 녹화 분석했다.
결과는 맛없어도 맛있는 척 거짓말을 능란하게 잘 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기가 높더라는 것이다. “거짓말은 어떤 면에서 사교술이다. 우리가 언제나 100% 정직하다면 상당히 자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선물을 받고는 ‘마음에 안 든다’고 곧이곧대로 말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는 거짓말, 크게 해가 되지 않는 거짓말들이다. 반면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거짓말, 남을 함정에 빠트리고 무너트리기 위한 거짓말은 성격이 다르다. 사기꾼들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거짓말이다.
한국 대선에서 ‘거짓말’ 공방의 초점이 되어온 BBK 수사가 일단락 났다. 그런데도 ‘거짓말’ 공방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누가 진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이 거짓말의 계절에 누가 진짜 ‘선수’인지 - 가리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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