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한 성공회 첫 여성 관구장 쇼리 대주교
우리는 평화를 실천하고, 전쟁하는 능력을 잊어버리며, 분열보다는 조화를 추구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한성공회(관구장 박경조 대주교) 주관으로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개막한 ‘세계성공회 평화대회, 서울 2007’의 대표 설교자로 나선 미국성공회 관구장 캐서린 제퍼츠 쇼리(53) 대주교는 원수를 만드는 장벽을 허무는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쇼리 대주교는 세계성공회 역사상 여성 성직자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미국 성공회의 관구장 대주교가 된 인물. 플로리다 출신으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오리건 주립대에서 해양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오리건 주립대 조교수와 시애틀 국립해양수산국의 해양학자 등으로 일하다 성직의 소명을 느낀 그는 1994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성공회 신학교를 마치고 사제로 서품됐다.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캔터베리 대주교의 특사인 전 아일랜드 관구장 로빈 이임스 대주교, 뉴질랜드 폴 리브즈 대주교, 남태평양 솔로몬의 테리 마이클 브라운 주교 등 세계성공회의 지도자 30여 명과 함께 이번 평화대회에 참석한 쇼리 대주교는 우리 모두는 무기를 녹여 평화의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정착을 위해 교회 지도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대체로 두려움과 관계가 있으며,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을 지배하고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두려움을 이용하기도 한다면서 평화를 이루는 일은 이러한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며,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리 대주교는 500시간 이상 비행기록을 가진 맹렬여성이자 미국성공회 내 소수 다인종 사목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03년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을 뉴햄프셔 주교로 인준하는 것을 찬성한 데 이어 동성애자 커플의 결합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목받기도 했다.
쇼리 대주교는 평화대회 개막행사 후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공회의 여성사제는 1942년 홍콩에서 처음 서품된 뒤 다른 나라로 확산됐다면서 여성사제 서품은 세상이 하나이길 원했던 하느님의 뜻을 따른 것으로 남녀의 인격을 똑같은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관구장이 될 때 화를 냈던 사람들은 이제 다른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1989년 이미 여성 주교가 탄생했으므로 주교 서품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임기 9년의 관구장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다른 성공회 지도자들과 함께 14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을 방문한 그는 경치는 아름다웠지만 북한 사람들이 너무 가난해 보였다면서 출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반면 북한 사람을 볼 시간은 너무 짧았으나 이를 계기로 세계성공회가 북한 사람들을 돕고 한반도의 평화증진에 기여할 중요한 동기를 얻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평화대회에 대해서는 북한과 적대적 관계에 있던 대표적 세 나라인 한국, 미국, 일본 출신의 성공회 지도자들이 북한과 화해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가려는 희망을 갖게 된 중요한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막식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권오성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 구세군 임헌택 사관, 원불교 김덕수 교무 등 다른 종교 지도자를 포함해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고지연의 가야금 연주, 정마리의 시조창, 매헌춤보존회의 살풀이 공연, 모둠북 연주 등 전통문화공연도 펼쳐졌다. 개막식에 이어 17-20일 같은 장소에서 ‘분쟁과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향한 세계성공회의 노력과 역할’을 주제로 평화포럼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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