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큰 산불을 막으려고
일부러 작은 불을 내는구나
수원 스님 “사람이 제일 빨리 친해지고 마음이 열리는 것이 산”
우기가 시작되는 11월의 아침은 늘상 찡그리고 있지만 오후가 되면 웃어주는 고마운 날씨, 그날은 아니었지만. 구불구불 요리조리 멀미 나도록 산길만 약 30분을 달리니 갑자기 무주 구천동 장승대 서열식을 받은 것처럼 레드우드 군락이 반긴다.
정시에 도착한 수원 스님과 여준 스님 일행이 활짝 웃으며 반겨준다. 홀로 가기엔 다소 험했다.
처음에 세코이아 파크에 온 줄 알았다. 올려 쳐다보다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침묵의 혀와 위업에 눌려서 그저 발가락만 만졌다. 도토리가 모자를 벗고 지천으로 널려있고 그래도 겨울이라고 낙엽 떨어뜨린 길에 독버섯들이 조심성 없이 꽃처럼 군락을 이뤘다. 바라보기엔 너무나 황홀한 색채의 유혹.
갑자기 자욱한 검은 안개와 언뜻언뜻 불꽃이 시야가 어지럽다. 앗! 산불 난거야? 아니 벌써 911이 와 있네? 웬일인가?
영화 속 전쟁터처럼 검은 연기와 곳곳에서 나무가 타오르고 특히 고목 속에 밑동이 보이는 곳은 아예 화덕처럼 속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911차에 타고있던 소방요원이 설명해줬다.
보통 7-10년만에 한번씩 불이 나지 않는 우거진 지점을 골라 우기철에 일부러 불을 내어 나무사이의 잡목과 잔디를 태워 없애 대형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고 특히 나무속 갉아먹는 흰개미를 박멸하는 방법으로 구멍뚫린 나무 밑둥을 속까지 활활 태운다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우리들은 산에서 나무 밑둥이나 홈에 까맣게 칠해진 곳이 특별한 약을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불태운 자국이었다니..
하지만 한나무는 동굴처럼 파인 뿌리쪽이 완전히 화덕이었다. 너무 안타까워 우리 꼬마애들을 불러다가 ‘쉬’라도 시키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지만 소방대원들은 꼼짝도 안했다. 나무가 얼마나 뜨거워 할까? 가슴 아파하며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며 내려오는데 가느다란 실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 나무 살았다!.’
덩치 큰 레드우드는 넓은 어깨로 비 맞은 우리들에게 넉넉하게 자리를 내주어 만법화 보살이 끓여온 뜨거운 오뎅국물과 뒷뜰에 채소를 가꿔 유명한 수잔보살님의 갓김치로 모두의 입맛을 춤추게 했고 밥 조금 먹어 개미허리 만들자는 아침 맹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영부인 커피에, 호두과자에, 도넛까지 싹싹 입가심하고,상쾌하게 송년 연합법회 10차 회의에 들어갔다.
수원 스님은 “사람이 제일 빨리 친해지고 마음이 열리는 것이 산입니다. 실비가 내려도 오늘 산행이 참 좋군요. 우기 라고 연합산행을 멈추지 말고 비를 피할 수 있는 Huddart Park 같은 곳을 골라 계속 산행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다 박수로 한마음이다.
스님은 또 빅 베이신에 있는 그룹 캠프장에서 내년 여름 북가주 전 불자들이 모여 캠핑을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여 승가회의를 거쳐 예약을 하기로 하였다.
송년 법회에 삼보사는 이미 광고수주를 마쳤다고 보고하고, 음향 건과 음식 담당등 세부사항을 진지하고 알차게 토론하였다. 임원진들의 수고를 처음 접한 어느 도반이 살짝 옆에 오더니 액수가 너무 적어 부끄럽다며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100불을 부쳐주시겠다고 하신다.
2006년에 햇볕 드센 여름날 7월에 첫 산행을 시작, 바람 불어 좋은 10월에 문을 닫았건만, 올해는 11월에도 이어나가 겨울을 뚫고 나가는 힘이 생겼다. 다음 12월 산행은 송년 연합 법회가 끝난 셋째주 토요일로 기약을 하였다.
<배경순 객원기자> fatt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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